영동군 퇴직자 4명 이장 봉직, 경험 활용 숙원사업 등 해결

충북 영동군 학산면 상지리 정기연(69) 이장은 퇴직 공무원이다.

"행정보다 마을살림이 어려워요" 이장 맡는 퇴직공무원들
2014년 영동군 산림과 팀장을 끝으로 39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이곳에 정착해 포도농사를 짓는다.

비록 고향은 아니지만 이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에 반한 그는 퇴임과 동시에 마을 어귀에 집을 짓고 주민이 됐다.

다정하고 친화력 좋은 성격 덕에 그는 부드럽게 이웃과 어울렸고 4년 뒤 마을 대표인 이장에 추대됐다.

"행정 경험 있는 사람이 마을을 이끌면 좋겠다"는 이웃들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서다.

이장이 되자마자 그는 '전공'을 살려 마을 뒷산 사방공사부터 진행했다.

급경사와 골 깊은 도랑 구조 때문에 큰비가 오면 산사태 위험이 높던 곳이다.

이후에도 그는 마을 안길과 하수도 정비 등 숙원사업을 줄줄이 해결하면서 40여가구 주민들의 신망을 두텁게 쌓았다.

행정 절차나 예산 집행 시기 등을 꿰뚫고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2022년부터는 2년 연속 충북도 '행복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마을 경관까지 산뜻하게 정비한 상태다.

주민들은 "유능한 이장 덕분에 마을 전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반기면서 3년 전 그를 재선 이장에 또 한 번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정씨는 "애초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행정 노하우를 살려 봉사하자는 취지로 이장직을 수락했다"며 "막상 맡고 보니 공직에 있을 때보다 마을 살림 챙기는 게 더 어렵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영동군에는 정씨를 비롯해 4명의 퇴직 공무원이 이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인 경우 행정 이해도가 높고 말도 잘 통해 중앙이나 도 차원의 공모사업을 준비하기 수월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