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이러한 포부를 밝혔다. 노회찬이 하고자 한 노동의 가치를 개혁신당에 편입하겠다는 취지였다. 고(故) 노회찬 의원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던 이 대표는 그러나 정의당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에 가세한 인사들에 의해 위기를 맞았다.

여야 거대 정당에서 이탈한 제3지대의 4개 정치 세력이 구상한 '빅텐트'에 힘을 합쳤으나, 오히려 이 대표에게 부담이 된 이들은 바로 류호정 전 의원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다. 이들은 페미니즘이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문제를 두고 이 대표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던 이들이다.

이 대표 지지층은 류호정·배복주와 한배를 탄 이 대표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럴 거면 도대체 왜 국민의힘을 탈당한 거냐", "이제 개혁 보수는 끝났다",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극과 극'에 가까웠던 정치적 지향을 조정하는 절차 없이 시간에 쫓겨 이뤄진 합당이 오히려 신당의 정체성을 흐리게 했다는 지적이었다.
류호정 전 의원/ 사진=뉴스1
류호정 전 의원/ 사진=뉴스1
이 대표는 부랴부랴 지지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합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전장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전장연의 불법적인 출근길 지하철 운행 저지 시위를 옹호해온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는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일원으로 환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특정 다수의 출근길을 막아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하는 방식을 옹호하고,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혐오로 낙인찍는 방식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주의 속에서의 토론문화가 자리하기 어렵다"며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뒤 "개별인사의 입당을 막을 수는 없지만, 법적 대표인 제 권한 내에서 공직 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류 전 의원에 대해서도 "사상·정책이 아주 좋아서 영입한 것이 아니다"며 "류 전 의원이 지금 상태면 개혁신당에서 주류적인 위치나 생각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류호정 전 의원으로 인해 탈당 인원이 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며 류 전 의원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3일에는 장문의 편지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합당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에 대해 일부 동의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합의에 의한 통합을 하게 된 건 개혁신당의 목적이 결코 이낙연 총리의 새로운 미래와의 우열을 가리는 것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당원 여러분과 지지층이 양해해주신다면 우리는 3당의 위치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고, 그 동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꿈꾸는 여러 가지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당초 제3지대 빅텐트에 대해 "이기는 빅텐트는 누구랑 (하느냐) 보다 어떻게, 왜 합치냐가 중요하다.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는데, 실제로 무르익지 않은 합당의 초기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혁신당 지지율은 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37%, 민주당이 31%, 녹색정의당 2%, 새진보연합, 진보당은 각각 1%였다.

직전 조사에서 개혁신당과 이낙연신당이 각각 3%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산술적 계산의 합보다 낮은, '마이너스 시너지'라고 할만한 지지율을 받아 든 것이다. 이준석 대표 지지 기반인 18~29세 젊은 층의 개혁신당 지지율도 4%에 그쳤다.

출범 일주일 만에 '내분' 위기에 휩싸인 개혁신당은 우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배복주 전 부대표 입당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16일 예정됐던 당 최고위원회의 취소를 건의하고 고심에 들어갔다.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지난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 요소가 지속되면 이낙연 대표 측에서도 불만이 커지며 내분이 격화할 수 있다"며 "지지자를 달래는 방향과 당내 화합을 하는 방향이 서로 상충하면서, 이 대표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의 현재 상황에 대해 "지금 코너에 몰렸다. 도망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제3지대의 논리는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자기들부터 배제와 혐오의 정치를 구현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류호정 의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류호정 의원은 '우리 당에서 절대 주류가 될 일이 없다'고 했다"며 "류호정 의원이 '이왕 한 몸이 됐는데 우리 차이를 극복해 보자' 이렇게 얘기를 할 때 오히려 류 의원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