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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여행 대신 '밥퍼' 봉사 택한 부부…"어느새 20년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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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운·이명신 부부 특별한 결혼기념일…2004년부터 기부·봉사
    신혼여행 대신 '밥퍼' 봉사 택한 부부…"어느새 20년 됐네요"
    "결혼 축하합니다∼ 결혼 축하합니다∼"
    16일 오전 11시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 1층. 무료급식을 먹으러 온 어르신 90여명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랫소리가 건물을 가득 메웠다.

    노래의 주인공은 올해로 결혼 20주년을 맞은 김종운(53)·이명신(49) 부부. 2004년 2월 14일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은 당시 신혼여행을 가는 대신 밥퍼에서 5일간 이웃을 돕기로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지만 부부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곳을 찾는다.

    김씨가 직장 때문에 잠시 중국에서 체류하던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도 봉사활동을 빼먹은 해는 없었다.

    결혼 1주년 100만원을 시작으로 20년간 약 1억원에 달하는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는 1천500만원의 돈을 쾌척했다.

    김씨는 "신혼부부 때 봉사하고 나서 매년 오겠다는 계획을 세워본 적은 없다.

    저희도 20년까지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안 했는데 감개무량하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어 "오히려 밥퍼가 저희에게 사랑과 축복을 계속 베푸는 것 같다"며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고 했다.

    20년 전 '우리만의 신혼여행을 가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이씨는 "여행은 나중에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서운하거나 속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신혼여행 대신 '밥퍼' 봉사 택한 부부…"어느새 20년 됐네요"
    그렇게 20년이 흐른 지금 까맣던 김씨의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해졌고 이씨의 눈가에는 주름이 잡혔다.

    결혼 다음 해에 태어난 첫째 아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아빠의 키를 넘어섰다.

    둘째 아들과 막내딸은 각각 어엿한 고등학생·중학생이 됐다.

    세 남매는 이날도 부모님을 따라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따뜻한 한 끼가 담긴 급식판을 날랐다.

    이씨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도 같이 밥퍼를 찾았다"며 "결혼 1주년이던 해에는 이곳에서 큰 아이 돌잔치를 해주신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그냥 평범한 가족"이라며 "이곳에 매년 올 수 있었던 건 저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올 때마다 축복과 사랑을 채워주시는 밥퍼의 특별함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밥퍼는 이날 부부의 결혼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앞서 특별 예배 시간을 마련했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20년 동안 한결같이 결혼기념일마다 나눔과 섬김을 해오는 김종운 형제와 이명신 자매는 천연기념물"이라며 이들 가족을 축복했다.

    무료급식을 배식하기 전에도 밥퍼를 찾은 이들에게 김씨 가족을 소개한 뒤 감사장, 꽃다발, 케이크와 선물을 건넸다.

    선물에는 부부를 위한 캄보디아 왕복 항공권도 있었다.

    신혼여행 대신 '밥퍼' 봉사 택한 부부…"어느새 20년 됐네요"
    이날 무료급식을 먹기 위해 온 임민우(78)씨는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오늘도 1천500만원을 기부했다는데 그 돈이면 좋은 곳에 여행도 갈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봉사하고 기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오늘 한 달 동안 봉사활동을 해 온 중학교 3학년 친구를 만났다"며 "저희는 일 년에 한 번, 많으면 두세번 온 것 같은데 정말 창피하고 쑥스럽고 감사할 뿐"이라고 겸손을 표했다.

    하지만 밥퍼는 지난 2022년 서울시가 최 목사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동대문구가 철거명령과 이행강제금 2억8천만원을 부과하면서 위기에 놓인 상태다.

    김씨는 "밥퍼는 저희뿐 아니라 여기 오시는 다른 봉사자,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 모두에게 사랑과 축복을 주는 곳"이라며 "많은 분이 받아 가야 할 행복을 뺏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애석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도 "이제 밥퍼는 저희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됐다"며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혼여행 대신 '밥퍼' 봉사 택한 부부…"어느새 20년 됐네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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