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GDP 역전
1960년대 욱일승천하던 일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인 1964년 도쿄올림픽이다. 신칸센 개통, 컬러TV 방송 등 전후 일본 현대사 최대 이벤트였다. 중국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에 핵실험을 했다. 또 하나는 1968년, 서독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서방의 ‘경제적 동물’이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고속 성장을 지속한 ‘메이드 인 재팬’ 파워였다.

일본의 G2(주요 2개국) 위상은 이후 42년간이나 지속하다가 2010년 중국에 그 자리를 뺏겼다. 파죽지세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대두됐다. 그러나 미국은 ‘넘사벽’이었다. 중국 GDP는 2021년 미국의 75.2% 수준까지 추격했으나 2년 연속 격차가 벌어져 지난해엔 66.3%로 뚝 떨어졌다. 일본도 1995년 미국 GDP의 71.12%까지 따라잡았으나 지금은 15%에 불과하다.

최근 2년 새 세계 경제 빅5 내 순위가 요동쳤다. 90년 가까이 영국에 식민 지배를 당한 인구 대국 인도가 2022년 영국을 제치고 GDP 5위에 올랐다. 영국에 물경 6경원 가까운 자산을 수탈당했다는 인도인들에겐 ‘복수의 서막’인 셈이다. 작년엔 일본이 55년 만에 독일에 재역전당해 GDP 순위가 4위로 내려앉았다. ‘역사적 엔저’의 산물이긴 하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GDP는 ‘민간소비+정부지출+투자+순수출’이라는 단순화한 산식에서 알 수 있듯 한나라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 합, 즉 경제력의 총합이다. GDP가 의미를 갖는 것은 국력의 추동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현재 13위인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과 최고속 고령화로 성장률이 지속 하락해 2050년에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인 나이지리아에 GDP 규모가 밀릴 것이란 ‘불편한’ 전망이 나온다.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저성장의 덫’을 탈출하지 못하면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저출산 극복과 더불어 사회 전반의 혁신, 생산성 향상이 최대 과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