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벤자민 버튼의 시간, 양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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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돌발 사건들
전자의 세계도 마찬가지
첨단기술의 모태 전자공학
전자 넘어 양자기술 부상
양자컴퓨터 상용화되면
전인미답의 산업 열린다
이해성 테크&사이언스부 차장
전자의 세계도 마찬가지
첨단기술의 모태 전자공학
전자 넘어 양자기술 부상
양자컴퓨터 상용화되면
전인미답의 산업 열린다
이해성 테크&사이언스부 차장
주말인 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경남 지역의 한 시내. 어스름이 깔린 상가 주변에서 한가로이 걷던 남성 2명을 1t 트럭이 뒤에서 난데없이 덮쳤다. 두 사람은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교통사고 사망자는 한 해 약 3000명. 여러 후유증을 낳을 중상을 입은 사람도 5만 명에 이른다.
갑작스러운 사고는 언제나 황망하고 비통한 일이다. 인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운수 탓을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확률을 떠올리게 된다. 세븐, 파이트클럽 등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란 영화가 있다.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A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남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은 사고 전 순간을 회상한다. A가 집에서 약간 더 빨리 나왔다면, A를 친 택시기사 B가 속도를 조금 늦췄다면, 이 택시에 앞서 탑승했던 승객 C가 몇 초만 늦게 내렸다면, C가 지인 D와 만나 몇 초 더 시간을 보냈다면 등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가운데 단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A가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읊조린다. 이런 사건의 얽힘을 표현하는 용어가 조합이다. 조합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참여자 수가 많아질수록, 참여자 한 명의 행동 유형이 많아질수록 그렇다. 참여자들의 행동에 확률을 부여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여기서부터는 함수, 구체적으로 확률밀도함수 개념이 들어간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해일을 몰고 온다는 복잡계 과학(카오스 이론) 개념 전반에도 확률이 있다.
사람의 행동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도 그렇다. 전자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물질의 기본인 원자는 원자핵과 주변 전자로 이뤄져 있다. 전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어떤 시점에 특정 구간에서 발견될 확률로만 존재한다.
이렇게 종횡무진하는 전자를 예측 가능하게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전자공학이다. 전자공학이 인류에 기여한 공로는 이루 셀 수 없다. 첨단 반도체와 2차전지도 전자공학의 산물이다. 아직 개화되지 않았지만 전자공학과 스핀을 합한 스핀트로닉스란 학문도 있다. 전자는 팽이처럼 위로 솟구치거나(업스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성질(다운스핀)이 있는데, 이런 양상까지 연구 범주에 포함시켰다.
과학자들은 요새 전자공학을 넘어선 담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일이다. 양자컴은 디지털 비트(0 또는 1)와 달리 0과 1 사이 확률적 비트(큐비트)로 작동한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물리 단위다. 빛을 구성하는 알갱이인 광자, 그리고 전자가 바로 양자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의 특징인 ‘얽힘’을 실험으로 처음 규명한 과학자 세 명이 받았다. 얽힘은 서로 떨어진 두 원자 E, F의 상태가 각각 E', F'로 변할 확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얽힘에 대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 건 양자컴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양자컴을 쓰려면 얽힘을 실현해야 한다. 얽힘 실현엔 최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원자 한개 한개를 자유자재로 제어해야 한다. 또 굉장히 복잡한 수학식과 거대한 장비가 있어야 한다. 이를 소자에 구현하고 유효한 큐비트를 확보하면 양자컴이 탄생한다.
양자컴은 벤자민의 공상과 같은 조합 문제를 푸는 데 최적화됐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양자기술 관련 행사에는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KT, 네이버 등 주요 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말 국방 양자기술 특화연구센터를 열었다. 양자컴이 앞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과 안보 판도를 바꿀 파괴적 기술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벤자민으로 돌아가 보자. 모든 사건이 얽혀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게 벤자민의 생각이다. 그에게 고성능 양자컴을 쥐여주고 사건 발생 시점을 통제할 권한을 줬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빅테크 기업들이 그리는 양자컴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사람만 전자로 대체하면 말이다. 인류의 지성과 과학기술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게 하는 양자기술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는 언제나 황망하고 비통한 일이다. 인력으로 통제 불가능한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운수 탓을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확률을 떠올리게 된다. 세븐, 파이트클럽 등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란 영화가 있다.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A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남주인공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은 사고 전 순간을 회상한다. A가 집에서 약간 더 빨리 나왔다면, A를 친 택시기사 B가 속도를 조금 늦췄다면, 이 택시에 앞서 탑승했던 승객 C가 몇 초만 늦게 내렸다면, C가 지인 D와 만나 몇 초 더 시간을 보냈다면 등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가운데 단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A가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읊조린다. 이런 사건의 얽힘을 표현하는 용어가 조합이다. 조합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참여자 수가 많아질수록, 참여자 한 명의 행동 유형이 많아질수록 그렇다. 참여자들의 행동에 확률을 부여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여기서부터는 함수, 구체적으로 확률밀도함수 개념이 들어간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해일을 몰고 온다는 복잡계 과학(카오스 이론) 개념 전반에도 확률이 있다.
사람의 행동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도 그렇다. 전자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물질의 기본인 원자는 원자핵과 주변 전자로 이뤄져 있다. 전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어떤 시점에 특정 구간에서 발견될 확률로만 존재한다.
이렇게 종횡무진하는 전자를 예측 가능하게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전자공학이다. 전자공학이 인류에 기여한 공로는 이루 셀 수 없다. 첨단 반도체와 2차전지도 전자공학의 산물이다. 아직 개화되지 않았지만 전자공학과 스핀을 합한 스핀트로닉스란 학문도 있다. 전자는 팽이처럼 위로 솟구치거나(업스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성질(다운스핀)이 있는데, 이런 양상까지 연구 범주에 포함시켰다.
과학자들은 요새 전자공학을 넘어선 담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일이다. 양자컴은 디지털 비트(0 또는 1)와 달리 0과 1 사이 확률적 비트(큐비트)로 작동한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물리 단위다. 빛을 구성하는 알갱이인 광자, 그리고 전자가 바로 양자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의 특징인 ‘얽힘’을 실험으로 처음 규명한 과학자 세 명이 받았다. 얽힘은 서로 떨어진 두 원자 E, F의 상태가 각각 E', F'로 변할 확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얽힘에 대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 건 양자컴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양자컴을 쓰려면 얽힘을 실현해야 한다. 얽힘 실현엔 최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원자 한개 한개를 자유자재로 제어해야 한다. 또 굉장히 복잡한 수학식과 거대한 장비가 있어야 한다. 이를 소자에 구현하고 유효한 큐비트를 확보하면 양자컴이 탄생한다.
양자컴은 벤자민의 공상과 같은 조합 문제를 푸는 데 최적화됐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양자기술 관련 행사에는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KT, 네이버 등 주요 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말 국방 양자기술 특화연구센터를 열었다. 양자컴이 앞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과 안보 판도를 바꿀 파괴적 기술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벤자민으로 돌아가 보자. 모든 사건이 얽혀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게 벤자민의 생각이다. 그에게 고성능 양자컴을 쥐여주고 사건 발생 시점을 통제할 권한을 줬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빅테크 기업들이 그리는 양자컴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사람만 전자로 대체하면 말이다. 인류의 지성과 과학기술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게 하는 양자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