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투자로 대박"…엔데믹 노린 400억대 폰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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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행사 대표 등 일당 수사
"전세기 항공권 미리 매입한 뒤
성수기에 팔아 고수익" 꼬드겨
피해자 50여명…80억 투자자도
투자금 돌려 막다가 돌연 폐업
"전세기 항공권 미리 매입한 뒤
성수기에 팔아 고수익" 꼬드겨
피해자 50여명…80억 투자자도
투자금 돌려 막다가 돌연 폐업
전세기 항공권에 미리 투자하면 코로나19가 잦아든 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를 속인 ‘항공권 사기’가 발생했다. 여행사 대표 등 일당은 매달 원금의 7~10% 수준 수익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하며 400억원 이상을 항공권 매입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실제론 다음 투자자 돈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폰지사기)였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K여행사 대표 성모 씨와 일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일당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초부터 항공권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성씨는 항공권 가격이 매입 규모와 시점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점을 이용해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50여 명의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에게 투자 기간과 고액의 확정 수익금이 기재된 ‘차용 항공 계약서’를 써주기도 했다. K여행사가 작성한 ‘제주 단기 항공차용 계약서’를 보면 45일간 피해자에게 3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200만원의 수익금(연환산 이자율 53%)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약서에는 문제 발생 시 대표인 성씨가 책임진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그러나 성씨 일당은 항공기를 대여하지도, 항공권을 매입하지도 않았다. 원금의 15%를 그와 모집책이 반씩 나눠 가졌고, 나머지 85%는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폰지사기 형태로 사업을 유지했다. 약속한 수익금 규모가 점점 커지자 지난해 9월부터는 수익금 지급을 중단했고, 올 1월엔 여행사를 폐업했다. 성씨는 피해자들에게 “사업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며 “모집책들에게 수익금 대부분을 지급해 돈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처음 소액을 투자했고, 성씨가 상당 기간 문제없이 수익금을 지급하자 투자금을 점점 불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김모 씨는 “처음에는 1억원 미만의 돈으로 투자를 시작했는데, 15억원까지 늘렸다”며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이익이 더 커진다는 성씨 말을 믿은 게 문제였다”고 했다. 이렇게 K여행사가 모은 돈은 2021년 77억원에서 2022년 152억원, 최근에는 44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80억원이 넘는 돈을 넣기도 했다.
성씨가 5년 넘게 여행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업계 베테랑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현혹된 이유다. K여행사가 하나투어의 공식인증 대리점임을 내세웠고, 전세기를 대여하고 항공권을 선매입했다는 말도 모두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 동남아시아 단체 여행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K여행사는 코로나19 시기 경영난을 겪다 항공권 투자 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K여행사 대표 성모 씨와 일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일당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초부터 항공권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성씨는 항공권 가격이 매입 규모와 시점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점을 이용해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50여 명의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에게 투자 기간과 고액의 확정 수익금이 기재된 ‘차용 항공 계약서’를 써주기도 했다. K여행사가 작성한 ‘제주 단기 항공차용 계약서’를 보면 45일간 피해자에게 3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아 200만원의 수익금(연환산 이자율 53%)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약서에는 문제 발생 시 대표인 성씨가 책임진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그러나 성씨 일당은 항공기를 대여하지도, 항공권을 매입하지도 않았다. 원금의 15%를 그와 모집책이 반씩 나눠 가졌고, 나머지 85%는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폰지사기 형태로 사업을 유지했다. 약속한 수익금 규모가 점점 커지자 지난해 9월부터는 수익금 지급을 중단했고, 올 1월엔 여행사를 폐업했다. 성씨는 피해자들에게 “사업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며 “모집책들에게 수익금 대부분을 지급해 돈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처음 소액을 투자했고, 성씨가 상당 기간 문제없이 수익금을 지급하자 투자금을 점점 불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김모 씨는 “처음에는 1억원 미만의 돈으로 투자를 시작했는데, 15억원까지 늘렸다”며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이익이 더 커진다는 성씨 말을 믿은 게 문제였다”고 했다. 이렇게 K여행사가 모은 돈은 2021년 77억원에서 2022년 152억원, 최근에는 44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80억원이 넘는 돈을 넣기도 했다.
성씨가 5년 넘게 여행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업계 베테랑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현혹된 이유다. K여행사가 하나투어의 공식인증 대리점임을 내세웠고, 전세기를 대여하고 항공권을 선매입했다는 말도 모두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 동남아시아 단체 여행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K여행사는 코로나19 시기 경영난을 겪다 항공권 투자 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