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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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대표 원전기업이 법적 분쟁을 벌이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원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가 원천기술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면서 원전 수출 경쟁에서 함께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세계 원자력산업 현황 보고서(WNISR)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8기 중 러시아와 중국이 공급하고 있는 원전은 43기로, 전체의 74.2%를 차지했다. 이 중 러시아 비중이 41.4%(24기)로 가장 높았다. 2위 중국은 19기로 32.8%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이 19기 전체를 자국에 공급하고 있는 데 비해 러시아의 자국 비중은 20.8%(5기)에 그쳤다. 러시아는 나머지 19기 원전을 중국(4), 인도(4), 튀르키예(4), 이집트(3), 방글라데시(2), 슬로바키아(1) 등에 수출했다.

서방 원전 국가의 실적은 저조했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기, 국내에서 3기를 짓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에 1기, 영국에 2기를 건설 중이다. 미국은 자국에서만 1기를 짓고 있다. 서방의 원전 강국인 한국 미국 프랑스 3개국을 합쳐도 러시아의 3분의 1 수준이다.

글로벌 원전 수요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원전이 무탄소에너지 발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다 기존 원전은 노후화하고 있어서다. 작년 7월 기준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07기 중 30년 넘게 가동 중인 원전은 265기(65.1%)에 달한다. 원전업계는 설비 현대화 수요와 신규 건설 수요가 동시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건설을 고려 중인 원전은 100기에 이른다.

원전 발주국들은 한·미 원전 기업이 협력할 경우 시너지가 크다고 예상한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은 있지만 시공능력이 떨어져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예정보다 증가하기 일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UAE 바라카 원전에서 우수한 시공능력을 입증받았지만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천기술을 둘러싼 법률 리스크가 부담이다. 안보적 성격이 짙은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 기업이 협력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