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안 떨어진다…금리인하가 아니라 '인상'에 대비하라" [나수지의 뉴욕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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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블리츠 TS롬바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월가의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연준이 금리를 조기에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식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순탄하게 내려가는 '연착륙'을 예상해왔던 월가의 전망에 균열이 가고 있는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선 아직 물가가 2%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낙관론이 많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높게 나온 건 기업들이 1월에 주로 가격을 올리는 계절적 효과가 반영된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물가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비관론도 여전합니다. 금리인상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뿐 경기침체는 언젠가 올 것이며, 연준이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때문에 금리를 높게, 오래 유지할수록 경기침체 가능성은 커진다는 게 이들의 예상입니다.
독립리서치 회사인 TS롬바르드의 시각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기침체 전망과는 결이 다릅니다. 오히려 앞으로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의 기미가 없을정도로 경기가 지나치게 좋은 게 문제라고 봅니다. 스티브 블리츠 TS롬바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간과하는 진짜 위험은 미국 경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이로인해 연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하게 되는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인 일정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이르면 오는 5월 인하하겠지만, 이로인해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채널 <한경 글로벌마켓>에 업로드된 인터뷰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가의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1월 CPI 데이터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 2%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연준은 경제를 서서히 압박하면 2년 안에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죠. 자연의 질서라 부를 만한 무언가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면서요. 저는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으며 그럴 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및 정책적 관점에서 이번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준은 앞으로도 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금리 인하의 시기는 다소 늦춰지겠지만 꾸준히 인하의 신호를 보내리라는 겁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5% 수준에 머무르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Fed도 경제가 지속되기를 바라니까요.
경제를 희생해 가며 금리를 6.5%까지 인상하면 인플레이션 2%를 더 빨리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소 5% 이상이 될 것이고 나머지 문제도 뒤따라 해결될 것입니다. 하지만 연준은 그럴 생각이 없는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보십니까?
=다들 오래전부터 예상해 왔던 바지만 성장 둔화는 언젠간 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단기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가장 중요해지는 시기까지 왔거든요. 디플레이터로 어떤 값을 쓰느냐에 따라 단기 채권 실질 수익률은 달라집니다만, 단기물의 실질 수익률이 장기물을 앞지르는 상황에는 경제 성장이 저해 받기 시작합니다. 그 영향은 서서히 나타나죠. 그러나 현재 경제 데이터로 미루어 보았을 때 12개월 내 현저한 성장 둔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Fed가 언제,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입니다. FED가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십니까?
=저는 5, 6월에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장은 최근 데이터로 인해 9월을 예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올해 있을 선거와 정치 상황을 보았을 때 Fed가 인하를 9월까지 미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향후 발표될 데이터가 나쁘지 않다면 5, 6월쯤 금리를 인하하고 9월은 건너뛸 것으로 봅니다. 데이터가 좋으면 추가 인하도 있겠죠.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내년까지 상황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FED도 이에 대응해야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FED의 선제적 정책 기조는 여름이 오기 전에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것일 겁니다. 여름에는 전당대회 및 각종 행사가 시작되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 발짝 물러나 필요한 조치만 취하면서 경제가 무탈하게 흘러가길 바랄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Fed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아니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경기 침체를 초래해야 할 겁니다. 연말까지 인플레이션 2% 달성을 전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뒤따르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응답할 겁니다. 혹은 적어도 급격한 성장 둔화가 올 거라고요. 현재 실업률이 4%를 웃도는 가운데 연간 GDP 성장률은 여전히 2%대에 달합니다. 분기 성장률은 2%가 넘고 분기 실업률은 4% 밑돌면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주거비를 제외하고도 서비스 부문 물가는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물가는 디플레이션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만 이 추세도 경제 성장과 함께 지속될 수는 없으니까요.
지난 2년 동안 공급망의 개선으로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얘기는 해왔습니다. 지난 11월 근원 상품 물가는 전월 대비 디플레이션을 기록했지만 이번 달 인플레이션은 0%에 불과했습니다. 디플레이션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겁니다. 3개월 평균으로는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지만 월평균으로 보면 끝난 셈이죠. 경제가 확장하고 있고 통화량도 풍부하니 그럴 만도 합니다. 사람들은 꾸준히 소비하고 있거든요. 여전히 상당한 유동성이 경제에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Fed의 금리 인하로 인해 시장에 돈이 풀리리라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다들 주식이나 부동산을 비롯해 무엇인가를 사들일 겁니다. 모두에게 이런 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으로 몰릴 자금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다들 학교에서 배웠겠지만 통화량이 많고 상품이 부족할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사실 놀라울 게 없는 단순한 원리입니다. 단순한 수학의 원리니 상황을 지켜봐야겠죠. ▶하지만 지난해 FED가 금리를 대폭 인상하지 않았습니까. 시장에 유동성도 공급했지만 동시에 금리도 크게 인상했는데도, 미국경제가 강력하게 성장하는 이유는 뭡니까?
=그건 실질 금리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당시) 금리가 여러 차례 인하되면서 이미 인플레이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비유적인 표현으로 물속에서 헤엄을 친다고 가정해 보죠. 물속 깊이 내려갔다가 수면으로 올라오려고 할 때 얼마나 깊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수면까지 올라오는 시간이 다를겁니다. 정말 깊은 곳까지 헤엄쳐 내려갔다면 수면에 이르는 데 10분이 걸릴 수도 있겠죠.
연준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당시) 명목 금리는 0.25%였지만 인플레이션은 8%였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6%까지 올라갔거든요.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에 금리를 대폭 인상해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다가 지난해 봄이 되어서야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앞지르기 시작했죠. 현재 단기 금리는 인플레이션보다 135~150bp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2008년 이전의 역사를 봤을 때도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연준은 실질 금리 50bp 이론을 바탕으로 충분히 긴축했다고 믿고 싶을 겁니다. 요점은 항상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인상이 적당한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금리 조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항상 지연돼서 나타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FED의 긴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시나요?
=최근 발표된 인플레이션 수치나 주식 시장 성과를 보면 아직 부족합니다. 고용 지수, 실업률, 부동산이나 자동차 판매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습니다만 그 어디에도 경제가 축소 중이라는 신호는 없습니다. 물론 많은 문제가 존재합니다. 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정리 해고를 진행했죠. 상업용 부동산도 위기를 겪고 있고 이는 결국 은행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경제에 이슈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올해 정부는 예전만큼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Fed의 긴축이 부족하면 비교적 탄탄한 성장과 함께 다소 높은 인플레이션이 수반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고 Fed의 행방을 예측하는 게 제가 할 일이죠. 제 생각에는 향후 발표될 데이터가 나쁘지 않다면 Fed는 봄에 금리를 인하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상승할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아무래도 그런 환경에서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기 마련이죠. 인플레이션은 상품, 서비스, 주거비 등 반영합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을 고용하고 임금 역시 합당한 수준으로 인상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명목 임금 인상률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실질 임금 인상률도 제법 높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유동성도 풍부한 환경이죠.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을 겁니다. 과거에는 코로나 이후 경제 재개방으로 인플레이션이 자연적으로 하락하기도 했었지만, 지금 환경에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2~3%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Fed는 그렇게 믿고 있으니 상황을 지켜봐야겠죠.
▶그렇다면 고용 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서서히 식어가는 중인가요 아니면 여전히 과열돼 있다고 보시나요?
=실제로 1월 발표 지수만큼 견조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고객들에게 경고하는 내용도 1월 지수는 허구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아무 숫자나 지어내서 발표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고용 데이터나 임금 데이터는 서베이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첫 번째 서베이의 응답률은 항상 낮습니다. 첫 달 서베이 응답했던 기업이 40%였다면 다음 달 서베이의 응답률은 80%로 증가합니다. 그러니 이후 결과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죠. 아직 그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부 통계 모델에는 누락된 게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요?
=시장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Fed는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가장 큰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금리가 높다면서 2008년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저도 2008년이 어제 같지만 사실 거의 반 세대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신참이었거나 취업 전이었던 사람들도 지금은 전부 일을 하고 있죠. 다들 당시의 일에 관해 글을 쓰고 이야기할 두 번째 기회를 누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경기 침체를 기다리고 있죠. 그러나 진짜 위험은 경제 성장과 고금리라는 반대 상황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시장과 사람들은 이 상황에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위험입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