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저평가, 결자해지로 윈·윈 가능...韓관심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이유는 방치입니다. 기업들이 저평가 현상을 방치하기도 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유도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기업들이 일단은 결자해지를 하면 사회적으로 정부나 국회에서 세제도 좀 합리화하고, 상호 간의 이익(윈윈·win-win)을 얻을 수가 있거든요. 기업들이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합니다.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 기업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느끼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좀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기업들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다. 이 회장은 저평가 현상을 방치하는 기업들의 결자해지가 있다면, 세제 합리화 등 '윈윈'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경영진과 주주, 이사회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하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저PBR 기업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최근 보면 빚투, 신용융자로 이런 저PBR 주식을 공격적으로 단타성으로 사는 일부 투자가들이 있습니다. 이건 마치 90점 받던 학생이 95점~100점 올리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60점~70점 받던 학생이, C학점 받던 학생이 B학점을 받는 거는 훨씬 업사이드가 많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PBR(주당순자산가치)이 0.2가 0.5가 되면 주가 상승률이 150%가 되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PBR이 낮다고 저평가가 된 건 아닙니다. 그 이유가 대부분 있어요. 가령 PBR이 극히 낮은 데 빚이 엄청나게 많은 회사가 있어요. 이마트 같은 데가 주가가 최근에 좀 급반등했다가 좀 주춤하긴 합니다. 이 회사는 시총이 한 2조 원쯤 됩니다.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10조 원이 넘어요.

마치 내가 10억 원짜리 집을 샀는데, 내가 낸 돈은 1억이고 9억은 빚이라는 얘기거든요. 기업이 현금 흐름이 증가하거나 자산을 팔아서 빚을 갚기 전에는 기업 가치(펀더멘탈)의 변화가 없어요. 이렇게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거품입니다. 이처럼 (저PBR주에 접근할 때는) 상당히 경계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있습니다. 물론 막상 어떤 내용인지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죠. 최근 기업들도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언론에서도, 증권업계에서도 상당히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얘기이고, 특히 젊은이들이 피해자라는 걸 공감하면서 기업들이 어떠한 식의 대책을 내놓을까 공감하죠. 이 같은 기대감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외국 투자가들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많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많은데, 막상 증시에서는 저평가를 받습니다.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잖아요.

세금이 높기도 하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방치입니다. 기업들이 저평가 현상을 방치하기도 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유도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기업들이 일단은 결자해지를 하면 사회적으로 정부나 국회에서 세제도 좀 합리화하고, 상호 간의 이익을 얻을 수가 있거든요.

일단은 기업들이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변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최근 10대 기업에서도 저희 포럼을 찾아와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오늘도 중견기업 대표이사를 만납니다. 상당히 기업들이 고민을 많이 합니다.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 기업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느끼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좀 기대해 볼 수 있겠죠.

다만 기업이 지금 토론하고 고민을 해도 몇 달이 소요됩니다. 액션으로 나오는 데에는 6개월~1년 걸릴 겁니다. 실제 일본 증시의 상승이 1~2년 사이에 극적으로 표출됐는데요. 실제 10년 이상 준비해 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아주 치밀하게 많이 준비했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좀 인내심을 갖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가라는 거는 선반영, 미래를 미리 반영합니다. 때문에 주가는 미리 움직일 수도 있죠. 그래서 최근 자동차 업종이나 금융주가 움직이는 건 어느 정도 앞서간 느낌도 좀 있긴 합니다. 다만 한편으론 합리적으로 시장이 선반영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제가 알기로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파트너처럼 준비하는데요. 일본은 도쿄 거래소가 중심이 됐고. 거기에 CEO인 야마지라는 걸출한 경영인이 있습니다. 노무라에서 사장을 했고 거래소 쪽으로 와서 한 10년 동안도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입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제가 학점을 준다면 일본은 에이 플러스 학점을 줄 정도로 잘했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거의 그대로 모방해도 괜찮다'라는 얘기를 정부 측에 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보다 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은 몫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고, 기업들이 더 잘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효과가 있을까? 페널티 도입 이야기도 나온다.



저는 페널티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법이, 경성 규범이 아니고 연성 규범이고 가이드라인입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야죠. 나는 안 하는데 경쟁사 또는 공급업체, 고객사들이 다 한다면요? 나만 안 하면 나만 손해이고, 지탄 받을 거 아니에요?

자본시장, 주주들, 투자가, 심지어 국민연금한테도 지적받을 겁니다. 때문에 너무 정부가 협박하기 보다는 유도하는 식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페널티를 정부가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채찍보다는 당근이 중요하다는 것인가.

인센티브가 중요합니다. 항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성장을 하고 주주한테 환원하려면 이해관계를 일치하는 것(얼라인먼트·alignment)이 중요하거든요. 회사의 주주, 이사회,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일치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우리가 그 점이 깨졌죠.

일본은 이해관계가 일치되며 상당히 많은 변화를 일궈왔습니다. 최근 일본 주가 상승의 배경에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여기에 일본 정부가 노력하고 경영진이 노력하며 신뢰를 많이 쌓았습니다. 주식 연계형 성과 보상도 많이 도입했죠. 우리도 이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정부 증시 부양책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 보인다.



외국 투자가는 크게 헤지 펀드와 일반 액티브 펀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매도를 금지하고 나서는 헤지펀드는 한국 시장 참여를 거의 안 합니다. 참여해도 아주 제한적으로 합니다. 왜냐하면 공매도를 못 해서 헤지가 불가능하니까요.

액티브 펀드들도 한국에 대해서 좀 절망적이라고 생각해서 기준(벤치마크·benchmark)에 대비해서 비중을 엄청나게 줄이고(언더웨이트·underweight) 있었어요. 근데 '한국이 무언가 변화하는 게 아닌가'하는 그러한 호기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또한 내가 비중을 줄였는데 주가가 오르면 나중에 따라가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국내 주식을 몇조 원 매수한 겁니다.

한국에 대해서 갑자기 긍정적으로 봤을까요? 아니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 뭔가 더 많이 알고 있어서일까요? 저희도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외국인은 더 모릅니다. 하지만 '정부,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뭔가 조금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나' 그러한 희망적인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죠.

제가 금융위원회에 부탁드리는 것은, 이번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기업들의 피드백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그런데 투자가들의 피드백은 안 받는 것 같습니다. 일본 동경거래소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요. 지난 1년 사이에 90개의 주요 액티브 투자가, 헤지펀드를 뺀 장기 투자가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정책에 반영했다고 합니다. 외국인 70%, 일본 기관 30% 비중으로요.

얼마 전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한테 주말에 물어봤습니다. 정부에서 연락이 온 것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한 개의 축은 기업이고, 다른 한 개의 축은 주주·투자가입니다. 그동안은 주주와 투자가, 경영진의 이해관계 일치가 없었습니다. 그런 것이 이번에 맺어지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당국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 국내 주요 기관, 연기금이나 대형 자산운용사, 해외에도 대형 펀드들이 있습니다. 피델리티, 웰링턴 등이죠. 이 펀드들의 아시아 대표, 전 세계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이분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상당히 궁금해합니다. 어떤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지, 이상적인 한국형 기업, 주주 친화형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받아서 반영한다면, 좀 더 완성된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부가 ESG 공시 도입을 추진 중인데,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ESG 공시해야 하죠. 국제적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이 되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해야죠. 하지만 대기업들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어도, 중소기업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시 시점, 의무 요건 등을 완화하고, 연기하는 방안을 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만 국제적인 기준에 대해 못 맞추는 기업들이 왜 상장했느냐는 고민도 이제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주주의 돈을 받으면 그만큼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상장 주식 수가 줄고 있는데, 국내만 계속 늘고 있거든요. 우리 거래소나 당국도 과연 이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거래소에 상장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