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묻고 더블로 가'식 총선 공약…'악어'의 경고 상기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美 3차 임시예산안
연장 안되면 '셧다운'
대선 앞둔 바이든 긴장
韓도 나랏빚 우려 큰데
與野는 복지공약 남발
연장 안되면 '셧다운'
대선 앞둔 바이든 긴장
韓도 나랏빚 우려 큰데
與野는 복지공약 남발
미국의 3차 임시예산안 시한인 3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2024회계연도(FY 2024)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지금까지 세 차례 임시예산안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번에는 4차 임시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임시예산안마저 연장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셧다운된다. 2011년 당시 경험으로 보면 일단 경직성 경비부터 줄여 핵심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은 쉰다. 사회보장 대상 6000만 명에게 지급하는 쿠폰도 안 나간다. 안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최후의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 주관으로 1조달러 기념주화를 발행해 중앙은행(Fed)이 사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채의 화폐화’ 일종으로 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만기를 정하지 않은 영구채(consol)를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세대 간 갈등 등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 어렵다.
현재 미국 주가는 종전의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는 고평가돼 있다. 12개월 후행 PER은 24.18로 지난 10년 평균치 20.36을 웃돌고 PBR도 4.15로 지난 10년 평균치 3.26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주가무형자산비율(PPR), 주가미래잠재가치비율(PDR)은 저평가된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무형자산, 미래잠재가치는 계량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가치’라는 점이다. 요즘 다시 시선을 끌고 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이야기 경제학>에 따르면 비재무적 가치는 스토리텔링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주가가 ‘급등(skyrocketing)’하고 부정적으로 형성되면 ‘급락(flash crash)’해 그 자체가 불안정하다.
3차 임시예산안 시한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증시는 긴장감이 감도는데 정작 주 책임자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외로 느긋하다. 그는 ‘양출제입(量出制入) 원칙’을 취하는 재정은 ‘양입제출(量入制出) 원칙’을 취하는 민간과 건전성 판정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정은 적자를 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며 바람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이 흑자를 내려면 증세를 도모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세금을 올리면 국민의 조세저항이 심하고, 특히 미국처럼 세율이 ‘비표준 지대’에 있는 경우엔 경기를 침체시켜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조세의 국민 환원 법칙에 안 맞고 하방 경직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옐런은 재정이 적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나쁘다는 선입견과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인식도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더라도 관리만 가능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관리 시기도 국가채무가 일단 위험수위를 넘으면 국가 신인도 추락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사후’보다 ‘사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옐런의 시각이다.
하지만 경합성과 배제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공공성이 강한 재정준칙은 통화준칙보다 마련하기 쉽지 않고 일단 마련했으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적 근거는 가능한한 최상위법에 두되 관리기준은 엄격히 규정하고 적용해야 하며 위반할 때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옐런은 주장한다.
재정준칙 운용도 통화준칙과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자는 목표 절대치를 정해놓고 관리하지만, 후자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분자로, 국내총생산(GDP)을 분모로 하는 상대 비율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자를 줄이기 어렵다면 분모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후 국가신용등급 강등 속에 주가가 오른 것은 옐런에 대한 믿음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채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다. 더 우려되는 것은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지키려면 정부와 여당은 연간 28조원, 더불어민주당은 연간 45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신문 2월 13일자). 나라 밖에서는 “한국이 벌써 악어 그래프의 경고를 잊었는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이 용어는 일본의 미나고 야스시 주계국장(예산실장)이 1970년 이후 세출과 세입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1990년 이후 그 격차가 확 벌어진 추세를 악어 입 모양에 비유하면서 나왔다. 예산안을 확정해야 할 한국 정당들이 ‘묻고 더블로 가’식의 총선 공약을 내세우면서 우리나라에도 이 ‘악어’가 등장하려고 하고 있다.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임시예산안마저 연장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셧다운된다. 2011년 당시 경험으로 보면 일단 경직성 경비부터 줄여 핵심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은 쉰다. 사회보장 대상 6000만 명에게 지급하는 쿠폰도 안 나간다. 안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최후의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 주관으로 1조달러 기념주화를 발행해 중앙은행(Fed)이 사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채의 화폐화’ 일종으로 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만기를 정하지 않은 영구채(consol)를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세대 간 갈등 등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 어렵다.
현재 미국 주가는 종전의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는 고평가돼 있다. 12개월 후행 PER은 24.18로 지난 10년 평균치 20.36을 웃돌고 PBR도 4.15로 지난 10년 평균치 3.26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주가무형자산비율(PPR), 주가미래잠재가치비율(PDR)은 저평가된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무형자산, 미래잠재가치는 계량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가치’라는 점이다. 요즘 다시 시선을 끌고 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이야기 경제학>에 따르면 비재무적 가치는 스토리텔링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주가가 ‘급등(skyrocketing)’하고 부정적으로 형성되면 ‘급락(flash crash)’해 그 자체가 불안정하다.
3차 임시예산안 시한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증시는 긴장감이 감도는데 정작 주 책임자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외로 느긋하다. 그는 ‘양출제입(量出制入) 원칙’을 취하는 재정은 ‘양입제출(量入制出) 원칙’을 취하는 민간과 건전성 판정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정은 적자를 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며 바람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이 흑자를 내려면 증세를 도모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세금을 올리면 국민의 조세저항이 심하고, 특히 미국처럼 세율이 ‘비표준 지대’에 있는 경우엔 경기를 침체시켜 재정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조세의 국민 환원 법칙에 안 맞고 하방 경직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옐런은 재정이 적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나쁘다는 선입견과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인식도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더라도 관리만 가능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관리 시기도 국가채무가 일단 위험수위를 넘으면 국가 신인도 추락 등 부작용이 큰 만큼 ‘사후’보다 ‘사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옐런의 시각이다.
하지만 경합성과 배제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공공성이 강한 재정준칙은 통화준칙보다 마련하기 쉽지 않고 일단 마련했으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적 근거는 가능한한 최상위법에 두되 관리기준은 엄격히 규정하고 적용해야 하며 위반할 때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옐런은 주장한다.
재정준칙 운용도 통화준칙과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자는 목표 절대치를 정해놓고 관리하지만, 후자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분자로, 국내총생산(GDP)을 분모로 하는 상대 비율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자를 줄이기 어렵다면 분모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후 국가신용등급 강등 속에 주가가 오른 것은 옐런에 대한 믿음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채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다. 더 우려되는 것은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지키려면 정부와 여당은 연간 28조원, 더불어민주당은 연간 45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신문 2월 13일자). 나라 밖에서는 “한국이 벌써 악어 그래프의 경고를 잊었는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이 용어는 일본의 미나고 야스시 주계국장(예산실장)이 1970년 이후 세출과 세입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1990년 이후 그 격차가 확 벌어진 추세를 악어 입 모양에 비유하면서 나왔다. 예산안을 확정해야 할 한국 정당들이 ‘묻고 더블로 가’식의 총선 공약을 내세우면서 우리나라에도 이 ‘악어’가 등장하려고 하고 있다.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