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앞날
미국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인 뉴럴링크는 환자에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칩을 삽입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환자의 신경세포 활동이 일단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사지마비를 비롯한 여러 신경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에다 혁신 기업가로서 머스크의 명성에 힘입어 이 소식은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BCI는 여러모로 중대한 함의가 있는 기술이다.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한스 베르거는 1924년 뇌전도(EEG)로 사람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베르거는 그 뒤로 뇌전도를 통해 뇌 연구와 뇌 질환 진단·치료에 크게 공헌한 인물로 역사에 남았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자크 비달은 뇌전도에 바탕을 둔 BCI를 1973년에 제안했다. BCI를 통해 사람과 컴퓨터가 직접 정보를 교환하고 의수 같은 기구들을 조종하는 상황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나오리라고 그는 예언했다. 비달의 예상대로 이후 난청에 대응하는 인공와우(cochlear implants), 파킨슨병과 원인불명 떨림 같은 질환에 대응하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같은 치료법이 개발됐다.

BCI는 침습의 정도에 따라 셋으로 나뉜다. 우선 비침습적(non-invasive) BCI는 EEG만 이용하므로 수술이 필요 없다. 대신 어쩔 수 없이 공간 해상도가 낮고 고주파를 효과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부분 침습적(partially-invasive) BCI는 두개골 안쪽 뇌의 바로 바깥에 이식된다. 비침습적 BCI보다 해상도가 좋으면서도 뇌에 상흔을 남길 가능성이 비교적 작다. 아주 얇은 플라스틱 패드에 부착된 전극들을 이용하는 뇌피질전도(ECoG)는 움직임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침습적(invasive) BCI는 뇌 안에 이식된다. 효과는 당연히 크겠다. 시각을 완전히 잃었거나 사지가 마비된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신체의 반응이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뉴럴링크가 시술한 것은 침습적 BCI다. ‘재봉틀 같은’ 로봇이 전극이 들어있는 아주 가는 탐침들을 뇌막 아래로 넣는다. 그런 시술의 목적은 신경세포에서 얻은 정보들을 이진부호(binary code)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뇌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방법을 완성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BCI의 용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손상된 육체적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생각만으로 기구나 로봇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밝아진다.

BCI가 사람 뇌의 증강에 쓰이는 것은 다른 얘기다. 고등 동물의 몸은 많은 요소가 균형을 이룬 존재다. 어떤 기능이 증강되면 그런 균형이 깨지므로 우리가 ‘부작용’이라 부르는 영향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뇌는 특히 복잡하고 예민하므로 균형이 깨지기 쉽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정보를 뇌에 직접 넣는 방안이다. 이번에도 이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뇌에 관한 지식은 아직 크게 부족해서 새로운 정보들이 이미 존재하는 기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량의 정보를 수용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타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기억들 사이의 충돌을 부를 수 있다.

설령 기술적 문제들이 깔끔히 풀린다고 하더라도 BCI를 통한 학습의 적절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대인들이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 과부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필요 없는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체계다.

우리 몸은 40억 년 동안 우리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했다. 특히 중요한 고려사항은 우리 몸의 여러 요소와 기능 사이엔 미묘한 균형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우리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BCI와 같은 기술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균형을 깨뜨린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 중요성을 지닌 교훈을 만난다. 우리 몸에 관한 기술은 상실된 기능을 복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