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텔에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회사 측과 논의하고 있다. ‘미국판 반도체 굴기’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반도체산업은 민간 주도에서 국가대항전으로 바뀌었다. “미래 반도체산업은 미국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공언(조 바이든 대통령)한 미국은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원)를 쏟아붓는다. 일본도 ‘반도체 왕국’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기존 책정한 2조엔에 추가로 3조4000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 TSMC를 ‘호국신산(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떠받드는 대만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틈바구니에 낀 한국의 반도체 위상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지원 노력은 제자리걸음에 멈춰 있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1조3000억원, 정책금융으로 연간 8조원 정도를 투입한다지만 직접적인 보조금 계획은 없고 기업 세금 부담도 큰 실정이다. 올해로 만료되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기간 연장조차 ‘대기업 특혜’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발목을 잡는 게 정치권 행태다.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데드라인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