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축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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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감독 놀음이다.” 흔히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것과 대비된다. 한 축구팀의 에너지를 계산하는 공식은 ‘T(팀 에너지)=11×감독의 역량+α(팬·축구협회 지원 등)’라고 한다. 축구가 어느 스포츠보다 감독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그라운드에서 ‘90분 전쟁’을 치르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감독은 쉴 새 없이 변하는 전황을 파악해 전술에 변화를 주고 상황에 맞는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장을 지휘하는 장수다. 평상시엔 국내외 정보를 수집해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초대 사령탑은 박정휘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선수 선발 잡음으로 사임했다. 축구대표팀 감독의 역사가 첫발부터 ‘독이 든 성배’였던 셈이다. 그 뒤를 물려받은 감독이 ‘이영민 타격상’으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야구인 이영민이다. 축구·육상까지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이 감독은 첫 상대 멕시코를 5-3으로 꺾고 8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1992년부터 축구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시행됐다. 초대 전임감독 김호부터 31년간 28명이 거쳐 갔다. 전임이라고 해도 평균 수명이 1년여에 불과하다. 외국인 감독도 등장했다. 러시아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가 1호다. 그다음이 59대 감독 거스 히딩크다. 이번 클린스만 감독 경질 사태로 2002년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쓴 그의 일화가 재소환됐다. 16강 진출 후 선수들 사이에 “이만하면 됐다”는 느슨한 기류가 만들어지자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말로 분위기를 일신했다.
역대 9명의 외국인 감독 중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진 축구를 경험한 외국인 감독이 축구협회에 상대적으로 덜 휘둘린다는 장점도 이제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할 때가 왔다. 이번엔 국내 감독이 선임될 가능성이 큰 모양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감독들의 장단점은 축구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슬러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몽규 회장이 10년 이상 이끌어온 축구협회도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그라운드에서 ‘90분 전쟁’을 치르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감독은 쉴 새 없이 변하는 전황을 파악해 전술에 변화를 주고 상황에 맞는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장을 지휘하는 장수다. 평상시엔 국내외 정보를 수집해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초대 사령탑은 박정휘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선수 선발 잡음으로 사임했다. 축구대표팀 감독의 역사가 첫발부터 ‘독이 든 성배’였던 셈이다. 그 뒤를 물려받은 감독이 ‘이영민 타격상’으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야구인 이영민이다. 축구·육상까지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이 감독은 첫 상대 멕시코를 5-3으로 꺾고 8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1992년부터 축구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시행됐다. 초대 전임감독 김호부터 31년간 28명이 거쳐 갔다. 전임이라고 해도 평균 수명이 1년여에 불과하다. 외국인 감독도 등장했다. 러시아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가 1호다. 그다음이 59대 감독 거스 히딩크다. 이번 클린스만 감독 경질 사태로 2002년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쓴 그의 일화가 재소환됐다. 16강 진출 후 선수들 사이에 “이만하면 됐다”는 느슨한 기류가 만들어지자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말로 분위기를 일신했다.
역대 9명의 외국인 감독 중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진 축구를 경험한 외국인 감독이 축구협회에 상대적으로 덜 휘둘린다는 장점도 이제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할 때가 왔다. 이번엔 국내 감독이 선임될 가능성이 큰 모양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감독들의 장단점은 축구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슬러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몽규 회장이 10년 이상 이끌어온 축구협회도 인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