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질문과 포렌식 자료를 요약하고 형량까지 제안하는 ‘인공지능(AI) 검사’를 도입한다. 만성적 인력난 완화와 검찰의 디지털 혁신 업무 체계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단독] 진술 분석하고 형량 제안…'AI 검사시대' 열린다

디지털 혁신 ‘안간힘’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검사 업무를 보조하는 시스템을 이르면 내년 말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대검은 지난해부터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오픈AI가 선보인 챗GPT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을 검토해왔다. 엘박스 등 여러 리걸테크(법률+기술) 업체와도 접촉해 개발 기간과 구체적인 비용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I 검사를 도입하면 수사 업무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수사 인력이 필요한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기능을 대거 포함해 주임 검사 한 명당 수십 명의 보조 검사가 투입되는 효과를 내겠다는 게 검찰의 구상이다.

AI 검사 시스템의 주요 기능으로는 △메신저와 PC의 핵심 정보 추출 △유사 사건 검색 △진술 요약 및 분석 △수사 정보 요약 및 서류 초안 작성 △형량 제안 △수사 질문 생성 △범죄 경력 조회 등이다. 이 중에서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 대화 내용과 통화녹음의 포렌식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정보 추출 기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폰, PC 등에서 나오는 자료가 TB(테라바이트) 용량에 달해 지금은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 명의 인력을 분석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챗GPT가 그린 'AI 검사' 이미지. 자료:챗GPT
18일 챗GPT가 그린 'AI 검사' 이미지. 자료:챗GPT
검찰은 오는 10월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차세대 킥스 통합 테스트를 하고 있다. 차세대 킥스는 검찰·경찰·해경 등이 구축 작업에만 1500억원을 투입한 디지털 야심작이다. 형사사법기관들이 수사·기소·재판·집행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와 문서를 연계해 공동 활용하게 하는 전자 업무 관리 체계다. 차세대 킥스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은 LG CNS가 맡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세대 킥스가 운영되면 형사사법 절차가 100% 디지털화해 유사 사건을 찾아주는 등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는 데는 2014년 검사정원법 개정 이후 10년째 2292명에 묶여 있는 정원 문제를 우회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검사 사표 늘자…경력직 채용문 넓혀

검찰은 이와 별개로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경력검사 채용을 대폭 늘린다. 법무부는 올 상반기 경력검사를 대규모 공개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사법연수원 수료자 또는 제11회 이전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2년 이상 법조 경력(군·공익 법무관 복무기간은 제외)을 쌓은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모집인원은 두 자릿수로 검찰 내부에선 30명 안팎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 절차도 대거 개편했다. 실력 있는 법조인들이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필기시험을 없애고 서류 전형과 역량평가(발표 및 면접 등)만 진행하기로 했다. 필기시험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여 문턱을 낮추고, 실무 능력 위주의 평가를 통해 우수 인력을 뽑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뽑힌 경력검사는 오는 8월부터 임용될 예정이다. 이들은 법무연수원에서 직무교육을 받은 뒤 일선 검찰청으로 배치된다.

젊은 검사들의 조직적 이탈에 이원석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에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검사는 145명이다. 이 가운데 퇴직한 10년차 이하 평검사는 43명으로 29.6%에 달한다.

권용훈/김진성/곽용희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