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현장 멀리하면 직무유기…제조업 유니콘 꼭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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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부산 동행 인터뷰
中企·벤처, 글로벌화 없인 성장 한계…지원책 고민
21개인 중기부 'GBC' 더 늘리기보단 효율 높일 것
대사관을 中企 수출 허브로…KOTRA도 활용
'오영주표' 포장 관심없어…기업인 목소리에 답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부산 동행 인터뷰
中企·벤처, 글로벌화 없인 성장 한계…지원책 고민
21개인 중기부 'GBC' 더 늘리기보단 효율 높일 것
대사관을 中企 수출 허브로…KOTRA도 활용
'오영주표' 포장 관심없어…기업인 목소리에 답 있다
![< ‘中企 조타수’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4일 부산 한국해양대에서 실습선 한나라호의 디지털 시운전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AA.35877730.1.jpg)
공식 취임 50일을 맞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한 관가 안팎의 평가다. 그동안 오 장관과 대면한 중소·벤처기업 대표, 중소기업 관련 기관·단체장 사이에서도 “현안 진단과 처방을 똑 부러지게 얘기하니 시원시원하다”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지난 14일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부산 현장 방문 일정을 동행 취재하는 내내 오 장관은 원고나 서류 한 장 없이 모든 현장에서 필요한 말을 술술 끄집어냈다. 각 기업 대표 등 현장 간담회 참석자들이 쏟아내는 애로사항을 단번에 이해했고,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약속했다. 오 장관의 취임 일성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었다. 그는 “중기부 장관이 현장을 멀리한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라며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모든 답이 있다”고 했다.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전국 현장을 돌며 광폭 행보에 나섰던 이유다.
#이날 첫 일정은 부산중소벤처기업청에서 열린 해외 진출 중소기업 간담회. 해외 현지에 진출해 시장 변화를 경험해 본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장관과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중기부가 상반기 내놓을 중소기업 글로벌 전략은 오 장관이 공들이는 ‘1호 시그니처 정책’이다.
▷글로벌 진출을 계속 강조하시네요.
“외교관 출신이어서 글로벌을 외치는 건 아닙니다. 국내 중소·벤처·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있고, 간담회 등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같은 얘기를 합니다.”
▷종합 지원 대책이 나옵니까.
“중기부 내 전담부서를 만들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올 상반기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을 겁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21개인 중기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게 묘수일까요.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어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해외에 있는 대사관 공관, KOTRA를 교두보로 사용할 수 있겠죠. 제가 베트남대사를 할 때 집중했던 것도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 지원이었어요. 당연히 중기부와 외교부가 협업할 겁니다.”
▷해외 공관을 GBC처럼 활용한다는 얘기인가요.
“모든 애로를 푸는 ‘원스톱 스팟’이 되는 것입니다. 현지 공공기관을 관할하고 주재국 정세를 가장 잘 아는 우리 대사관이 중소기업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면 훨씬 쉽게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KOTRA를 중기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부처 산하기관이냐가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한 전략적 활용 방안을 제시하느냐입니다. 129개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KOTRA의 네트워크와 인재풀을 이용하는 전략적 관계로 가야죠. KOTRA와 이 문제도 곧 협의할 겁니다.”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의 공정성 얘기가 나왔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해외 전시회 기회를 잡고 싶은 개별 기업들이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입된 협회·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더라도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되도록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마침 중기중앙회 정기감사 시기인데요.
“중기중앙회뿐만 아니라 여러 산하기관이 대상입니다. 갑자기 하는 건 아니고 정기감사예요. 산하기관 감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부터 언제 할지 검토 중입니다.”
#수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오 장관은 부산 방송국의 녹화방송 촬영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후에는 한국해양대에서 열린 ‘부산 글로벌 혁신특구 간담회’에 앞서 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를 시찰했다. 직접 기관실에서 배를 디지털 시운전하고 관계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혁신특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시설도 둘러봤다.
▷친환경 선박에 관심을 보이시던데요.
“사실 좀 놀랐어요. 중소기업 10여 곳이 모여 각각의 기술을 융합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교수님과 기업인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면 정부도 나서야죠. 우리나라가 전기차,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는 앞서 있지만 친환경 선박은 상대적으로 뒤처졌어요. 수소차에 정부가 국가보조금을 지원해주듯이 친환경 선박 사업에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혁신특구 간담회 때 인프라 50% 지원을 약속한 건가요.
“중기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뛰는 부처입니다. 아까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구개발하는지 다 봤잖아요. 사실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따와야 하는 문제지만, 꼭 50%를 지원하게 만들겠다는 제 의지를 말씀드린 겁니다.”
▷현재 네 곳의 혁신특구를 지정했습니다. 추가 지정 계획도 있나요.
“올해는 4개 특구 예산만 확보돼 있기도 하고, 일단 네 곳 먼저 잘 자리 잡게 한 뒤 추가 지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처음으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해 명시적인 제한과 금지 사항 외에는 모든 실증을 허용해 줄 방침입니다.”
▷외교관 출신 중기부 장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제가 가만히 생각해봤는데요. 외교관들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항상 협상을 해온 사람들이에요. 뭔가를 얻기 위해 칼을 먼저 뽑거나 막 휘두르지 않죠. 상대방과 어떤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이 상황의 좋은 점을 먼저 보려고 합니다. 중기부 장관도 그래야죠. 산하기관 수장들이 갖고 있는 역할을 존중해주면서 서로의 생각 차이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맞춰가면 됩니다. 외교부에서 쌓은 36년 경험을 모두 끌어내겠습니다.”
▷어떤 장관이 되고 싶습니까.
“‘오영주표 정책’? 이렇게 생색내거나 포장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임기가 다 끝난 뒤에 ‘중기부에 맞는 일을 잘 해냈다’는 평가만 받고 싶습니다. 전 정치인이 아니라 일하는 공무원이니까요. 임기 내에 제조업종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배출되는 걸 꼭 보고 싶어요.”
회의할땐 구두 신고 현장에선 운동화로 식당서 보고 받기도
격식 안 따지는 실용주의자
![운동화로 갈아신은 오영주 장관이 부산 글로벌 혁신특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민지혜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2/AA.35863415.1.jpg)
이후 한국해양대의 실습선 내부를 둘러보는 일정. 계단이 좁고 가팔랐다. 어느새 오 장관은 새하얀 운동화로 갈아신은 상태였다.
이어지는 일정은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하는 혁신특구 참여 기업들과의 간담회. 차로 1분 거리에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운동화 차림이던 오 장관의 신발이 단정한 블랙 하이힐로 바뀌어 있었다.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오 장관은 부산역으로 이동했다. 저녁 식사 메뉴는 기차역 푸드코트에서 파는 1만원짜리 순두부찌개. 내일 업무를 위해 담당 부서 직원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식사를 마쳤다. 기차를 타러 가는 길, 오 장관은 아마도 두 켤레의 구두가 들어 있을 검은색 백팩을 둘러메고 다시 운동화 차림으로 기차에 올랐다.
■ 오영주 장관은…
△1964년 경남 마산 출생
△1986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5년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학 석사
△1988년 제22회 외무고시 합격
△2013년 외교부 개발협력국 국장
△2015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2020년 외교안보연구소 소장
△2022년 주베트남대사
△2023년 외교부 제2차관
△2023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부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