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은 무조건 불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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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최근 국내 최대 이커머스업체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사건이 뜨겁다. 문제 직원의 채용을 막기 위하여 개인정보와 근무지 무단이탈, 허위사실 유포 등 재취업 제한 사유를 정리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였다는 것이다. 언론과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의 비판에 대해 회사는 직원에 대한 정상적인 인사평가로서 사용자의 고유 권한이며 당연한 책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여러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이 있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용자가 문제직원 등의 취업을 막기 위하여 취업금지 명단과 같은 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그 자체로 불법인지 여부라 할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리스트 작성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취업방해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은 제40조에서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근로기준법상 가장 중한 형사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데, 리스트 작성이 이 규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취업방해의 요건은 ① 근로자의 ②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③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 또는 사용하거나 통신을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취업방해 금지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여야 한다. 이 때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말하며, 특수고용근로자나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취업방해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필라테스 강사들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필라테스 강사 F, E 급여받고 잠수"라는 내용과 함께 강사들의 생년월일이 기재된 글을 게시한 것이 취업방해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강사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들이 아니라 이른바 프리랜서 강사들일 뿐이라는 피고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해당 강사들의 계약 내용과 근무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강사들을 근로자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취업방해 행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1도662 판결). 한편 검찰은 2019년 경 택배기사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소속 대리점을 폐업시키고 택배기사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문제된 사안에서 택배기사는 택배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자라는 이유로 취업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취업방해 금지는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취업’이 자사의 채용을 포함한 근로자의 모든 취업을 의미하는지, 자사를 제외한 타 사용자에 취업하는 것 만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초 취업방해금지 규정이 근로자가 퇴직한 후 타 업체 재취업을 위하여 사용자가 발급하는 사용증명서 관련 조문의 일부로 규정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여기에서 취업이란 모든 취업이 아니라 퇴직 후 타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사용자가 자신의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참고하기 위하여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하는 행위는 그 명부가 타인의 채용자료로 제공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고유권한인 채용 인사권 행사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행위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명부에 기재된 사람을 채용하지 아니함에 따라 명부에 기재된 사람이 위 사용자에게 재취업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취업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3년 2월 마켓컬리가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대행 외주업체에 제공한 행위의 취업방해 금지 위반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회사 측은 이러한 리스트를 타사에 제공하지 않았음을 주장하였고,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한편, 위 취업방해 금지 조항은 사용자 또는 제3자에 의하여 만들어진 근로자명부가 해당 근로자의 ‘취업’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이미 취업을 한 사람에 대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도18193 판결).
마지막으로 취업방해는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하거나, 이를 사용하거나, 상기의 목적으로 통신을 한 경우에 성립한다. 법원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통신하는 행위’를 하면 그것만으로 위 범죄가 성립하므로, 행위자가 통신의 상대방에게 근로자를 채용하지 말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였는지 여부, 통신의 상대방이 이미 해당 근로자의 성행이나 문제점에 관하여 알고 있었는지 여부, 또는 그 통신으로 인하여 해당 근로자의 취업이 무산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즉 통신과 취업 무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은 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의정부지방법원 2020. 9. 17. 선고 2019노497 판결)
위와 같은 여러 요건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향후 자사에 채용을 제한하기 위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명부를 만들고 관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음이 명백하다. 사용자의 근로자 명부 작성 등은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 아니므로, 어떠한 사용자가 자신의 채용 내지 인사관리에 활용하기 위하여 어떠한 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공유함으로써 법이 예정한 취업방해를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이를 덮어놓고 ‘블랙리스트’라는 악의적인 명칭을 붙여 비난하는 것은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리스트 작성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취업방해라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은 제40조에서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근로기준법상 가장 중한 형사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데, 리스트 작성이 이 규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취업방해의 요건은 ① 근로자의 ②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③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 또는 사용하거나 통신을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취업방해 금지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여야 한다. 이 때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말하며, 특수고용근로자나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취업방해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필라테스 강사들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필라테스 강사 F, E 급여받고 잠수"라는 내용과 함께 강사들의 생년월일이 기재된 글을 게시한 것이 취업방해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강사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들이 아니라 이른바 프리랜서 강사들일 뿐이라는 피고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해당 강사들의 계약 내용과 근무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강사들을 근로자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취업방해 행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1도662 판결). 한편 검찰은 2019년 경 택배기사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소속 대리점을 폐업시키고 택배기사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문제된 사안에서 택배기사는 택배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자라는 이유로 취업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취업방해 금지는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취업’이 자사의 채용을 포함한 근로자의 모든 취업을 의미하는지, 자사를 제외한 타 사용자에 취업하는 것 만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초 취업방해금지 규정이 근로자가 퇴직한 후 타 업체 재취업을 위하여 사용자가 발급하는 사용증명서 관련 조문의 일부로 규정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여기에서 취업이란 모든 취업이 아니라 퇴직 후 타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사용자가 자신의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참고하기 위하여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하는 행위는 그 명부가 타인의 채용자료로 제공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고유권한인 채용 인사권 행사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행위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명부에 기재된 사람을 채용하지 아니함에 따라 명부에 기재된 사람이 위 사용자에게 재취업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취업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3년 2월 마켓컬리가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대행 외주업체에 제공한 행위의 취업방해 금지 위반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회사 측은 이러한 리스트를 타사에 제공하지 않았음을 주장하였고,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한편, 위 취업방해 금지 조항은 사용자 또는 제3자에 의하여 만들어진 근로자명부가 해당 근로자의 ‘취업’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이미 취업을 한 사람에 대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도18193 판결).
마지막으로 취업방해는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하거나, 이를 사용하거나, 상기의 목적으로 통신을 한 경우에 성립한다. 법원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통신하는 행위’를 하면 그것만으로 위 범죄가 성립하므로, 행위자가 통신의 상대방에게 근로자를 채용하지 말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였는지 여부, 통신의 상대방이 이미 해당 근로자의 성행이나 문제점에 관하여 알고 있었는지 여부, 또는 그 통신으로 인하여 해당 근로자의 취업이 무산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즉 통신과 취업 무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은 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의정부지방법원 2020. 9. 17. 선고 2019노497 판결)
위와 같은 여러 요건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향후 자사에 채용을 제한하기 위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명부를 만들고 관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음이 명백하다. 사용자의 근로자 명부 작성 등은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 아니므로, 어떠한 사용자가 자신의 채용 내지 인사관리에 활용하기 위하여 어떠한 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공유함으로써 법이 예정한 취업방해를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이를 덮어놓고 ‘블랙리스트’라는 악의적인 명칭을 붙여 비난하는 것은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