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볼모 파업했다 진 적 없는 의사들…尹정부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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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2000명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의사단체들이 반발하며 이른바 '빅5' 병원의 집단 휴진 예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이날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예고한대로 집단 사직서를 속속 제출하고 있다. 이에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수술 취소 통보를 받고 극도의 불안감과 곤혹스러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집단행동에 가담하는 의사는 법적으로 엄정 대응하고,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세 차례 의료계 파업이 있었지만 전공의가 집단 휴업 대신 사직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을 벌인 의사들은 의약정 대타협과 의약분업 전면 실시, 의대 정원 10% 감축을 끌어냈다.
2007년 정부는 의료법 전면 개정을 하려다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에 부딪혀 의료법 개정을 폐기했고 2014년에는 원격의료 반대에 관련 개정안이 역시 폐기됐다.
2020년 정부는 다시 한번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려 했으나 의료 대란에 결국 정책 추진이 유보됐다.
2020년 7월 당시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주축으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휴진율이 60%에 달하자 정부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전협은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라며 ‘블랙아웃’(Blackout) 행동 지침으로 강하게 맞섰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 주도로 의대생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다. 의대생 대다수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시험이 한차례 연기됐다. 이마저도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시험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고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 의료계와 재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의대 증원 정책은 없던 일이 됐다.
파업에 동참해 동맹휴학에 돌입했던 대다수의 의대생은 의정 합의에 응하지 않고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 등의 항의행동을 이어갔다. 당시 정부는 '재시험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의사 공급 부족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의대생들도 9월 말을 기점으로 '시험에 응시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하자 정부도 이들을 구제하는 것으로 기조를 변경했다. 2021년 1월에 추가 시험이 진행되고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 대부분이 원서를 냈다.
정부도 끝까지 항의하던 의대생들에게 결국 추가 시험 기회를 준 것을 두고 '불공정한 처사'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던 실패 사례와 달리 이번엔 반드시 의사 증원을 통해 지방·필수 의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의 업무 복귀 명령에 불응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해 면허 취소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갈 경우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법, 공정거래법, 응급의료법, 업무방해죄 등을 통해 업무 복귀 명령에 불응한 의사들을 징계 또는 처벌하는 방안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은 의사는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단 파업을 하루 앞두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대화를 통한 타협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지만, 의사 단체들이 끝내 불법 파업에 돌입한다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선임 대변인은 "당장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많은 국민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의료진이 있어야 할 곳은 길거리가 아닌 환자의 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어떠한 구제와 선처도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이날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예고한대로 집단 사직서를 속속 제출하고 있다. 이에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수술 취소 통보를 받고 극도의 불안감과 곤혹스러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집단행동에 가담하는 의사는 법적으로 엄정 대응하고,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세 차례 의료계 파업이 있었지만 전공의가 집단 휴업 대신 사직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을 벌인 의사들은 의약정 대타협과 의약분업 전면 실시, 의대 정원 10% 감축을 끌어냈다.
2007년 정부는 의료법 전면 개정을 하려다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에 부딪혀 의료법 개정을 폐기했고 2014년에는 원격의료 반대에 관련 개정안이 역시 폐기됐다.
2020년 정부는 다시 한번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려 했으나 의료 대란에 결국 정책 추진이 유보됐다.
2020년 7월 당시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이었지만,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주축으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휴진율이 60%에 달하자 정부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전협은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라며 ‘블랙아웃’(Blackout) 행동 지침으로 강하게 맞섰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 주도로 의대생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다. 의대생 대다수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시험이 한차례 연기됐다. 이마저도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시험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고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 의료계와 재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의대 증원 정책은 없던 일이 됐다.
파업에 동참해 동맹휴학에 돌입했던 대다수의 의대생은 의정 합의에 응하지 않고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 등의 항의행동을 이어갔다. 당시 정부는 '재시험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의사 공급 부족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의대생들도 9월 말을 기점으로 '시험에 응시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하자 정부도 이들을 구제하는 것으로 기조를 변경했다. 2021년 1월에 추가 시험이 진행되고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 대부분이 원서를 냈다.
정부도 끝까지 항의하던 의대생들에게 결국 추가 시험 기회를 준 것을 두고 '불공정한 처사'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던 실패 사례와 달리 이번엔 반드시 의사 증원을 통해 지방·필수 의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의 업무 복귀 명령에 불응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 대해 면허 취소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갈 경우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법, 공정거래법, 응급의료법, 업무방해죄 등을 통해 업무 복귀 명령에 불응한 의사들을 징계 또는 처벌하는 방안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은 의사는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단 파업을 하루 앞두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대화를 통한 타협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지만, 의사 단체들이 끝내 불법 파업에 돌입한다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선임 대변인은 "당장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많은 국민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의료진이 있어야 할 곳은 길거리가 아닌 환자의 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어떠한 구제와 선처도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