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대로 오른 美기술주 대신…'그래놀라즈' 주목
최근 증시강세론자들이 인공지능(AI) 열풍에 급등한 미국 기술주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유럽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MFS투자운용 등의 전략가들은 유럽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오랫동안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온 만큼 미국 주식보다 평가 가치(밸류에이션)가 낮고, 엔비디아 등 7개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로 이뤄진 '매그니피센트 7'처럼 버블이 꺼질 우려도 없다는 이유다.

MFS의 로버트 알메이다 전략가는 "확실히 유럽이 더 매력적"이라면서 "유럽 기업들의 실적이 더 저조하고 주가가 낮은 것은 경기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미국보다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위험이 낮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유럽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다수가 유럽 주식에 대해 비싸다고 답했지만 이번 달에는 다수가 저평가 국면이라고 봤다. 내년 주가 수익률 전망치는 3개월 만에 50%에서 78%로 올라갔다.

스톡스유럽6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대비 역사적 저점에 가깝고,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3% 하락했던 이 지수는 올해 4.2%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증시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올해 들어 2.63% 상승, 2022년 1월의 역사적 고점에 근접한 상태다.

게다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금리에 민감한 미국 기술주 랠리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BCA 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전략가는 미국 빅테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뛰어난 실적을 내놓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미국·중국과 달리 유럽은 버블이 없는 만큼 향후 몇 년간 좋은 투자 대안이 된다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샤론 벨 전략가는 수요 회복과 낮은 에너지 가격을 근거로 산업재·건설 관련주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봤다.

또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형주들을 묶은 이른바 '그래놀라즈'(GRANOLAS)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래놀라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슈홀딩·ASML홀딩·네슬레·노바티스·노보노디스크·로레알·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아스트라제네카·사노피 등을 부르는 말이다.

그는 LVMH 등 고가 패션 브랜드 주식들이 중국 수요 부진 우려를 떨쳐내고 미국의 강력한 소비 등을 바탕으로 살아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 섬유의류·사치재 지수는 지난달 중순 이후 22% 오른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럽 고가 패션브랜드 주식이 중국 경기 회복에 투자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롬바르드 오디에 자산운용의 플로리안 옐포는 "유럽의 대부분 섹터는 중국 경기 개선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면서 중국의 구조적 문제에 노출되지 않고 중국 경기 회복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유럽 주식이 선택지라고 봤다.

반면 소시에테제네랄의 롤랑 칼로얀은 AI 붐과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제를 근거로 여전히 미국 주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