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인공호흡기 차고 있는데" 발동동…세브란스 가보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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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예고일보다 하루 일찍 진료중단
시술 위주 분과 진료 차질 현실화
환자 진료 공백·지연에 불편 겪어
시술 위주 분과 진료 차질 현실화
환자 진료 공백·지연에 불편 겪어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보호자 휴게공간에서 만난 30대 장모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평소 어린이병원 호흡기과를 포함해 여러 과의 협진 진료를 본다"면서 "한 달에 2~3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는데 소형 병원에선 아이의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라 파업이 장기화하면 아이의 질병 관리에 지장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곳곳서 '진료 균열' 조짐

본관에서 만난 마취통증의학과 소속의 한 간호사는 "전공의 업무 중단으로 인한 진료 차질이 여파가 크다"며 "현재 외래 진료는 평균 한 달씩 연기되고 있고, 당장 이번 주 수술은 전부 미뤄졌다"고 밝혔다.

한 보호자는 어린이병원 안내 직원에게 "본관에서 접수했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본관 직원이 어린이병원으로 바로 가보래서 왔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는 거냐"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어린이병원에서 자녀 외래 진료를 봤다는 보호자 김모 씨는 "커뮤니티에서 지난주부터 외래 진료가 미뤄졌다는 글을 꽤 봐온 터라 마음을 졸이며 병원에 왔다"며 "무사히 진료를 마쳤지만 (진료가) 연기됐다면 난처할뻔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걱정이 클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 "통보식 의대 증원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14일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회장(세브란스병원 소아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현장 따윈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 다시 돌아갈 생각 없다"고 밝혔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한경닷컴에 "빅5 병원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나온 상황이며, 규모는 파악 중으로 내일께 알 수 있다"며 "정부가 전공의 근무 중단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라 우리도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과가 여러 개라 각 과에 맞게 전공의 업무 중단에 대응하고 있고, 업무 중단 의사를 밝힌 전공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확인 중에 있다"며 "진료 공백이 없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이날 오전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법에 근거해 진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 15일의 업무정지나 폐쇄 명령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김윤 교수 "파업 장기화 가능성 있어"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사들은 이번에도 정부 정책을 파업으로 무릎 꿇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 정부 입장에선 의사 부족 문제가 이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된 상황이라 정책을 쉽게 철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이번에도 정부가 의사의 요구 사항을 수용한다면 우리나라는 다시는 의사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파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공의 공백이 체감되는 곳이 입원이나 수술 분야일 텐데, 현재 대학병원의 전공의 비중이 30~40%, 중증 환자 비중이 40% 정도이기 때문에 전공의 인력이 빠져도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면 당장의 중증 환자는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효율적인 진료와 치료, 원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