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 지지율이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10%대까지 추락했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도 20%대로 떨어진 상태다. 저출산, 고물가 등 경제 정책에 실망한 국민들이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트 기시다’ 자리를 놓고 자민당 내 유력 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日 기시다, 지지율 10%대로 추락…퇴진 위기 몰렸다

정부 출범 후 최저 지지율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7~18일 18세 이상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21%)보다 7%포인트 하락한 14%로 나타났다고 19일 보도했다. 2021년 10월 기시다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달(72%)보다 10%포인트 증가한 82%에 달했다.

아사히신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1%로 전달(23%)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것은 물론 2012년 자민당 집권 후 3대 내각 통틀어 최저치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날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과 같은 24%를 기록했다. 지지율 20%대의 ‘위험 수역’이 4개월 연속 이어졌다.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24%로 재집권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마이 넘버 카드’ 파동으로 지난해 6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날로그 문화’에 머물러 있던 일본이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겠다며 주민등록에 공인인증, 향후 건강보험까지 합칠 수 있도록 만든 신분증인데, 오류가 속출하면서 원성을 샀다.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도 기름을 부었다. 자민당은 스캔들과 관련, 자체 조사한 결과 2018~2022년 전·현직 의원 85명이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부실 기재했으며 관련 금액이 5억7949만엔(약 52억원)에 이른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정책에 기대 못 해”

현지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율 추락의 근본 원인을 ‘경제 정책’에 희망이 사라진 지지층의 이탈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은 34%가 ‘정책에 기대를 걸 수 없다’를 꼽았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힘을 쏟고 있는 저출산, 고물가 관련 대책에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 일본 정부는 최근 저출산 대책 예산 마련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매달 500엔(약 4500원)씩 걷겠다고 밝혔다가 ‘증세 아니냐’는 반발에 부딪혔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방위비 증액의 재원으로 증세를 내세우면서 ‘안경 쓴 총리가 세금을 더 걷으려 한다’는 의미의 ‘증세 안경’이란 별명까지 얻은 터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못 따라가는 것도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 지난해 일본 물가는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2.6% 감소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하려면 우선 경제 대책에서 착실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아오키의 법칙’ 회자

일본 정계에선 ‘아오키의 법칙’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내각 지지율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 합이 50%를 밑돌면 정권은 와해된다’는 것으로, 아오키 미키오 전 관방장관이 주창한 것이다. 요미우리 조사 기준 내각 지지율(24%)과 자민당 지지율(24%)을 더하면 48%에 그친다.

기시다 총리의 재선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포스트 기시다’로 불리던 자민당 인사들이 최근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가장 많이 꼽힌다. 자민당에 있으면서도 내각에 거침없이 쓴소리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마이니치와 요미우리가 시행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 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각각 25%, 21%로 1위를 차지했다.

자민당 내 극우파의 지지를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를 자처하며 ‘아베파’ 지지 모으기에 나섰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눈에 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