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북한 내에서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 이미지가 꾸준히 삭제되고 있다. 통일·민족과 관련한 각종 용어와 상징도 빠르게 지워나가고 있다.

19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 공식 무역·투자 전용 사이트인 ‘조선의 무역’ 홈페이지에는 한반도 이미지가 담긴 세계지도 그림이 삭제됐다. 기존에는 붉은색의 한반도 지도가 크게 새겨진 세계지도가 페이지 상단 오른쪽에 있었다. 외국문 출판사의 ‘조선의 출판물’ 사이트 첫 페이지에 있던 한반도 이미지도 최근 사라졌다. 과거 이 사이트에는 페이지 상단 왼쪽에 지구를 나타내는 둥근 원 안에 붉은색 한반도 지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 북한 관영방송 조선중앙TV도 날씨 프로그램의 그래픽을 새롭게 바꿨다. 기존 한반도 전체 이미지를 빼고, 북한 지역만 보여주는 형태로 교체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설정하고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밝힌 뒤 이어진 조치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북한 주민 사이에서 확산하는 남한 동경을 방치할 경우 남한에 흡수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체제 경쟁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