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붐 이후 '산유국 美' 힘 잃나…"원유 생산증가 작년이 정점" [오늘의 유가]
후티 반군 공격에 화물선 '침몰 위기'
미국 달러 강세 지속
원유 수요 약세
WSJ "정유업계, M&A 이후 비용절감
美 원유 생산 증가 100만17만배럴"

고조되는 중동 공급망에 대한 우려와 달러 강세에 따른 원유 수요 약화가 맞부딪치며 1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거래일보다 0.13% 오른 79.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은 0.14% 내린 83.35달러에 거래됐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이날 미국이 대통령의날 연휴를 맞아 석유시장 거래량이 평소보다 적었다고 전했다. 브렌트유 거래도 평소보다 일찍 마감했다.
M&A 붐 이후 '산유국 美' 힘 잃나…"원유 생산증가 작년이 정점" [오늘의 유가]
유가 상승 요인으로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화물선이 침몰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날 후티 반군은 벌크선 루비마르호를 공격해 "선박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어 완전히 멈춰섰다"고 밝혔다. 반군은 루비마르호가 아덴만에서 침몰할 위험에 처했다며 자신들이 승무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 등록돼 레바논 회사가 관리하고 벨리즈 국기를 단 이 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불가리아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 공격은 선원들이 배를 버린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후티 반군의 공격 중 "가장 치명적(파이낸셜타임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날 반군은 미국 소유의 벌크선 씨챔피언과 나비스포르튜나도 홍해에서 공격했다고 밝혔다.
19일(현지) 예멘 후티반군 거점인 사나에서 한 사람이  이스라엘 선박을 저지하는 후티 반군을 묘사한 낙서 앞을 지나고 있다. /EPA
19일(현지) 예멘 후티반군 거점인 사나에서 한 사람이 이스라엘 선박을 저지하는 후티 반군을 묘사한 낙서 앞을 지나고 있다. /EPA
이러한 상승 요인을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이 상쇄했다고 시장은 평가했다. SPI 자산관리의 스테픈 인스 매니징파트너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 2.9%보다 높은 3.1%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연초 올해 6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가 3차례 인하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금리 인하 폭이 줄어들 경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 수요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티인덱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주 동안 유가는 부분적으로 달러 강세 때문에 상당히 고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6주 연속 상승했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인근 윌밍턴 유전 원유 매장지에서 석유 굴착기 펌프잭이 원유를 추출하고 있다.  /로이터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인근 윌밍턴 유전 원유 매장지에서 석유 굴착기 펌프잭이 원유를 추출하고 있다. /로이터
한편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 대응해 유가를 억눌러왔던 미국의 석유 생산량 증가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기록보관소(NARA)를 인용해 지난해 하루 100만배럴 증가했던 원유 생산량 증가 폭이 올해 하루 17만배럴로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2016년 이래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이는 유가가 높을 때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유가가 내리면 다시 비용관리에 들어가는 미국 민간 석유 채굴기업들의 생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전서비스회사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영 중인 석유 굴착장비는 2022년 말 이후 약 20% 감소해 500개 가량으로 줄었다. 지난해 민간 석유 탐사·생산 기업 39개가 상장사에 인수됐는데, 이들은 인수 전 몸값을 높이기 위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주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 추정치를 낮추고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75~80달러에서 80~8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폴 호르넬 스탠다드차타드 원자재 연구책임자는 "누군가 매우 극적인 새로운 기술 혁신을 내놓지 않는 한 성장의 용이성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