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기술이전 대가로 中에 오일머니 쏜다…'밀착'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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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일변도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기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의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 이전 등 엄격한 부가 조건을 내걸어 '오일머니'를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이는 과거 중국 지방정부들이 서방 기업들에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인력 양성, 기술 이전 등을 요구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이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FT는 "센스타임을 비롯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은 지난 3년 사이에 사우디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대가로 수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한 중국 빅테크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펀드 매니저, 기술기업가, 컨설턴트 업계 관계자 등은 "사우디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에 점점 더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투자안에서는 중국 기업이 사우디에 기술 전문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붙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빅테크들에 사우디 자금 조달 방안을 자문하는 한 컨설턴트는 "사우디는 중국 회사와 엔지니어들이 (사우디의) 인재를 양성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금 경색과 내수 부진,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 등을 원인으로 중동 진출로 눈을 돌린 중국 빅테크들의 수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센스타임 역시 최근 1년새 주가가 65% 가량 급락하고 국내 보안 감시 사업부의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로 네옴시티행을 택했다.
센스타임은 2022년에도 사우디의 국부펀드 PIF가 소유한 사우디 인공지능회사 SCAI로부터 2억7000만달러를 투자받아 현지 AI 솔루션 개발 합작사를 세웠다. 당시 센스타임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 현지 청년 인재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계약에는 SCAI가 상장에 실패하거나 2029년까지 신규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센스타임이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센스타임 외에도 중국 포니ai는 지난해 10월 네옴 투자 펀드로부터 1억달러 투자를 유치해 사우디 현지에 연구 개발 및 제조 본부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사우디 텔레콤 그룹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2022년 사우디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사우디 텔레콤 그룹은 5G 프로젝트에서 이미 화웨이와 협업한 전력이 있는 기업이다.
중국 펀드 운용사들은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사우디 큰손들을 찾을 때 10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신규 펀드의 30%를 사우디 내부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동 지역 펀드 조성을 모색했던 한 중국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예전에는 이름도 실적도 없는 중국 벤처캐피털이 백지수표를 들고 무작정 사우디를 찾아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면 요즘은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이전 거래 등에 대한 사우디와 중국 간의 결합은 특히 AI 분야에서 사우디에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중국 기술 전문가 폴 트리올로는 "중국 연구자들과의 협력이 대(對)중국 첨단 칩 수출을 통제하는 미국의 사정거리에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는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중국 지분을 모두 처분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이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FT는 "센스타임을 비롯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은 지난 3년 사이에 사우디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대가로 수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한 중국 빅테크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펀드 매니저, 기술기업가, 컨설턴트 업계 관계자 등은 "사우디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에 점점 더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투자안에서는 중국 기업이 사우디에 기술 전문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붙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빅테크들에 사우디 자금 조달 방안을 자문하는 한 컨설턴트는 "사우디는 중국 회사와 엔지니어들이 (사우디의) 인재를 양성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금 경색과 내수 부진,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 등을 원인으로 중동 진출로 눈을 돌린 중국 빅테크들의 수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센스타임 역시 최근 1년새 주가가 65% 가량 급락하고 국내 보안 감시 사업부의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로 네옴시티행을 택했다.
센스타임은 2022년에도 사우디의 국부펀드 PIF가 소유한 사우디 인공지능회사 SCAI로부터 2억7000만달러를 투자받아 현지 AI 솔루션 개발 합작사를 세웠다. 당시 센스타임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 현지 청년 인재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계약에는 SCAI가 상장에 실패하거나 2029년까지 신규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센스타임이 나머지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센스타임 외에도 중국 포니ai는 지난해 10월 네옴 투자 펀드로부터 1억달러 투자를 유치해 사우디 현지에 연구 개발 및 제조 본부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사우디 텔레콤 그룹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2022년 사우디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사우디 텔레콤 그룹은 5G 프로젝트에서 이미 화웨이와 협업한 전력이 있는 기업이다.
중국 펀드 운용사들은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사우디 큰손들을 찾을 때 10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신규 펀드의 30%를 사우디 내부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동 지역 펀드 조성을 모색했던 한 중국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예전에는 이름도 실적도 없는 중국 벤처캐피털이 백지수표를 들고 무작정 사우디를 찾아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면 요즘은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이전 거래 등에 대한 사우디와 중국 간의 결합은 특히 AI 분야에서 사우디에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중국 기술 전문가 폴 트리올로는 "중국 연구자들과의 협력이 대(對)중국 첨단 칩 수출을 통제하는 미국의 사정거리에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는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중국 지분을 모두 처분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