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상무)이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상무)이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가 노화와 디지털헬스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하고 인재 영입 등 역량 확충에 나섰다. ‘불닭볶음면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바이오 등 과학기술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오너 3세 경영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30·상무)이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그룹 내 R&D 조직인 삼양스퀘어랩에 노화연구센터와 디지털헬스연구센터를 신설키로 하고 각 센터장 등 대규모 인재 영입에 착수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수십명에 이른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현재 스퀘어랩 내 미래R&D전략센터를 통해 라면 등 주력제품은 물론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 과학기술 기반 푸드케어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노화 방지와 디지털헬스 분야와 관련한 별도 조직을 신설해 연구 영역을 바이오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다.

노화연구센터는 노화 관련 R&D 기획과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근감소증, 퇴행성 뇌질환, 대사질환 등 노인성 질환이 파이프라인 개발 대상이다.

센터장에 대해서는 ‘라이센싱(기술이전) 계약 및 인수합병(M&A) 성사 경험자’를 우대 요건으로 명기했다. 노화 관련 신약 개발 기업의 라이선스를 인수하거나 M&A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헬스연구센터는 의료·건강 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딥러닝 연구,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실증 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식품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내걸었다.

삼양식품 실적 추이. 한경DB
삼양식품 실적 추이. 한경DB
업계에서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불닭볶음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력 자회사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192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개발한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되는 등 ‘K라면’을 대표하는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불닭볶음면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불닭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양식품그룹이 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고 노화와 디지털헬스 등으로 바이오로 영역 확장을 시도한 배경이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앞으로 더 큰 K컬처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일종의 ‘탈(脫)라면’ 선언을 했다.

최근 식품업계는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제약회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를 확보하는데 5500억원을 투입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등도 바이오 관련 투자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전병우 상무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김 부회장의 장남인 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해외전략부문장을 거쳐 현재는 그룹 경영전략을 맡고 있다.

전 상무는 작년 9월 비전 선포식에서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식물성 단백질 개발과 탄소 저감 등을 신사업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는 푸드테크 등 최신 기술 동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오형주/안대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