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돈 벌다 보니 60대…"아직도 일 말고 할 게 없네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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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일하는 고령층 多
"노후 준비 안 됐는데 퇴직당해…일터 '못' 떠나는 60대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OECD 중 최저 수준
은퇴 후 삶 설계 기회 부족한 60대
노인 여가 인프라 없다는 지적도
"노후 준비 안 됐는데 퇴직당해…일터 '못' 떠나는 60대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OECD 중 최저 수준
은퇴 후 삶 설계 기회 부족한 60대
노인 여가 인프라 없다는 지적도
"놀면 뭐 하나요? 집에 있어봤자 빨리 늙고 할 것도 없어요. 100세 시대에 벌써 자식에게 의존할 수도 없고. 내가 쓸 돈은 다 마련해놔야죠."
기업 임원으로 활동했던 70세 노인 '로버트 드니로'가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취직하는 영화 '인턴'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것.
젊어서부터 대치동에서 학원강사 일을 해온 김모 씨(68)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입시학원에 재취업했다. 그는 "예전처럼 오래 일하진 않지만,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며 "힘닿을 때까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60대 초반에 잠시 일을 쉬어본 적도 있는데, 딱히 할 것을 찾지 못해 더 우울했고 운동량이 줄어 건강도 안 좋아졌었다"며 "적은 임금이고 원장의 나이가 나보다 어려도 일하는 게 즐겁다. 버는 돈이 '덤' 같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기업 은퇴 후 중소기업의 기술 고문으로 재취업한 최모 씨(61)는 "일만 하다 보니 은퇴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퇴직했다"며 "종일 집에만 있는 것도 고역이라 바로 일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돈이 급하지 않아도 몇 년이라도 더 일하면 노후가 윤택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한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청소 일을 하는 유모 씨(64)도 연금 소득이 있지만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고용복지센터에 신원을 등록해두고 꾸준히 일자리를 찾았다"며 "일하지 않으면 주간 시간이 무료해 견디기 힘들다"며 근로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 씨(70)도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벌이와 무관하게 일이 즐겁다"며 "평생 일만 하다 보니 취미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들 중에서도 일하는 친구들이 훨씬 젊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4년 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월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만명 넘게 늘었다. 특히 지난달 60대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9만2000명 늘면서 일자리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뛴 수치다.
같은 기간 15~29세인 청년 취업자 수는 8만5000명 줄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단순히 노동인구가 늘어난 것보다, 인구구조가 변하며 노동인력 자체가 고령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수도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겼다. 60대 이상 근로자들은 '은퇴 후에 할 일을 찾지 못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무료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노인 문제가 단순히 빈곤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은퇴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별 고령층 재고용 관련 정책도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시의 중장년 일자리 사업 '보람일자리' 사업은 올해 최대 규모인 5600명을 모집한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이 되면서 충남 홍성군, 충북 단양군 등 여러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 예산을 확충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 수준으로, OECD 평균인 42%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인생 후반기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국가적으로도 경제 성장에 집중했던 시기라 일·생활 균형(워라밸)을 중요 가치로 두지 않고 일해온 이들이 많다"며 "관성처럼 경제활동을 잇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 설명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노인 일자리가 당분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한 노인의 경우 돈을 떠나서 사회적 고립감과 무료함을 극복하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는 아직 노인 친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령층이 주간에 일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다"며 "핵가족화, 지역사회 공동체 해체화에 따라 노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고령층의 생존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기업 임원으로 활동했던 70세 노인 '로버트 드니로'가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취직하는 영화 '인턴'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것.
젊어서부터 대치동에서 학원강사 일을 해온 김모 씨(68)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입시학원에 재취업했다. 그는 "예전처럼 오래 일하진 않지만,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며 "힘닿을 때까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60대 초반에 잠시 일을 쉬어본 적도 있는데, 딱히 할 것을 찾지 못해 더 우울했고 운동량이 줄어 건강도 안 좋아졌었다"며 "적은 임금이고 원장의 나이가 나보다 어려도 일하는 게 즐겁다. 버는 돈이 '덤' 같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기업 은퇴 후 중소기업의 기술 고문으로 재취업한 최모 씨(61)는 "일만 하다 보니 은퇴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퇴직했다"며 "종일 집에만 있는 것도 고역이라 바로 일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돈이 급하지 않아도 몇 년이라도 더 일하면 노후가 윤택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한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청소 일을 하는 유모 씨(64)도 연금 소득이 있지만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고용복지센터에 신원을 등록해두고 꾸준히 일자리를 찾았다"며 "일하지 않으면 주간 시간이 무료해 견디기 힘들다"며 근로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제조업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 씨(70)도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벌이와 무관하게 일이 즐겁다"며 "평생 일만 하다 보니 취미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들 중에서도 일하는 친구들이 훨씬 젊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4년 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월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만명 넘게 늘었다. 특히 지난달 60대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9만2000명 늘면서 일자리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뛴 수치다.
같은 기간 15~29세인 청년 취업자 수는 8만5000명 줄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단순히 노동인구가 늘어난 것보다, 인구구조가 변하며 노동인력 자체가 고령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수도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겼다. 60대 이상 근로자들은 '은퇴 후에 할 일을 찾지 못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무료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노인 문제가 단순히 빈곤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은퇴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별 고령층 재고용 관련 정책도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시의 중장년 일자리 사업 '보람일자리' 사업은 올해 최대 규모인 5600명을 모집한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이 되면서 충남 홍성군, 충북 단양군 등 여러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 예산을 확충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 수준으로, OECD 평균인 42%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인생 후반기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국가적으로도 경제 성장에 집중했던 시기라 일·생활 균형(워라밸)을 중요 가치로 두지 않고 일해온 이들이 많다"며 "관성처럼 경제활동을 잇는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 설명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임금 노동을 중심으로 노인 일자리가 당분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한 노인의 경우 돈을 떠나서 사회적 고립감과 무료함을 극복하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는 아직 노인 친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령층이 주간에 일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다"며 "핵가족화, 지역사회 공동체 해체화에 따라 노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고령층의 생존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