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과장을 두 명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외환시장 개방에 따른 부처의 내부 변화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으로선 전무후무한 조치인 만큼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에 나서면서 기재부에서는 외환 관련 업무와 관련한 ‘교대 근무’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운영 시간이 새벽까지 길어지면서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에 주간 담당자와 야간 담당자를 각각 배정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외환시장 개방에 본격 착수했다. 해외 금융기관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등록 절차를 거쳐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금 환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간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하려면 국내에 지정된 금융기관에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야 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에 따라 정부는 ‘IMF 사태’ 이후 폐쇄적인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경쟁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영업시간도 길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후 3시 30분에 종료되는 외환시장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영업시간에 맞춘 조치다. 오는 6월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7월부터는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부처 안팎에선 외환시장 운영시간이 연장되면서 밤늦게까지 이에 대응할 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범 운영 단계인 현재는 사전에 시점과 규모를 정해놓고 거래가 이뤄져 특별히 야간 담당자를 세울 필요가 없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정식 운영이 시작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조만간 예정된 기재부 정기 인사에도 이를 고려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 당직 및 비상근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당직 인원은 2인 이상, 4급 이하 공무원으로 하고 숙직은 남자 직원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평일 숙직 순번과 주말·공휴일 숙직 순번은 별도로 정해 편성한다. 낮에 서는 당번인 일직은 여자 직원으로 순번을 정해 편성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그는 “기재부도 주요 대응 부처지만, 야간 대응은 한국은행 등 다른 기관에서 담당할 것”이라며 “우선 ‘낮과장’·‘밤과장’을 뽑을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재부 내에 외환시장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짧은 시간에도 효율적으로 정책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내부에도 외환시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며 “한국에서 외환시장 개방은 경험도 없고 배울 곳도 없는 생소한 분야”라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