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역사의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지난달 16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엔을 넘겼다. 이제 닌텐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증명해야 한다. 회사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게임 콘솔 ‘스위치 2’(가칭) 출시가 연기된다는 소식에 주가는 5% 이상 빠졌다. 닌텐도가 게임 회사를 넘어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콘솔 연기 소식에 주가 제동

'IP 무한확장' 닌텐도…시총 10조엔 재돌파
21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닌텐도는 전일 대비 1.67% 오른 8401엔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사상 최고가(8950엔)를 기록한 뒤 조정받았지만 올 들어 이날까지 17.0%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8.1% 뛰었다. 이는 닛케이지수 상승률(연초 이후 14.9%·1년 41.1%)을 웃돈다.

특히 닌텐도 주가 상승세는 올 들어 두드러졌다. 새로운 콘솔인 스위치 2가 연내 출시될 것이란 소식이 시장에 확산했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흥행하며 닌텐도 IP 저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일 장 마감 후 블룸버그에서 “닌텐도가 게임 퍼블리싱 파트너들에게 스위치 2 출시가 2025년 초로 연기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하자 다음 거래일인 19일 주가가 5.8% 급락했다.

닌텐도 주가는 게임 기기 성패와 같이 움직인다. 콘솔이 출시되면 기기는 물론 소프트웨어 판매량까지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6년 Wii 발매 당시 1만4000엔(액면분할 전 기준)대이던 주가는 2007년 7만3000엔대로 올랐다. 신작 효과가 줄어들자 2012년 주가는 8000엔대로 내려왔다. 이어 2017년 스위치 발매 이후 주가는 2022년까지 2만7000엔대에서 5만8000엔대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게임업계 디즈니’로 자리매김할까

시장에서는 닌텐도 세계관을 현실에 구현하는 닌텐도의 ‘IP 확장 전략’이 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을 이끌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닌텐도의 힘은 ‘슈퍼마리오’ ‘포켓몬’ ‘젤다’ ‘동물의 숲’ 등 유명 IP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의 한 파트너는 “닌텐도는 게임계 디즈니”라며 “모든 연령층, 특히 가족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세상을 만들어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4~12월 닌텐도의 모바일 및 IP 관련 매출은 752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 증가했다. 준코 야마무라 씨티은행 분석가는 “게임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 개봉을 포함한 IP 전략은 소비자와 닌텐도 콘텐츠 간 접점을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깁슨 맥쿼리 분석가도 “닌텐도는 게임 IP를 통해 ‘닌텐도 월드’와 같은 테마파크,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등 영화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닌텐도는 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의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를 높였다. 매출 1조6300억엔, 영업이익 5100억엔, 순이익 4400억엔으로 모두 직전 분기 대비 상향 조정했다. 스위치 판매 대수도 1550만 대로 전 분기 전망치보다 50만 대가량 높였다.

2024년 3분기(2023년 10~12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 3.0% 감소했음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탄 이유다. 이와 함께 엔저 효과로 환차익을 누렸다. 닌텐도는 해외 매출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다만 스위치 2 출시 효과에 대한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미나미 무나카타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닌텐도의 향후 5년 순이익 전망을 고려할 때 차기 게임콘솔이 닌텐도에 스위치 출시 효과와 같은 수준의 수익성을 안겨줄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후속작을 새로운 개념의 하드웨어로 내놓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