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해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성공 방정식이 해외로 수출된다.

현대백화점이 태국 대형 쇼핑몰에 더현대서울의 운영 노하우를 이식한 매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국내 백화점이 해외 쇼핑몰을 위탁 운영하는 첫 번째 사례다. 일본 유럽 등 해외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는 단계를 벗어나 K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수출할 만큼 국내 유통산업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패션·푸드 모은 전문관

'더현대서울 성공 노하우' 태국몰에 수출
현대백화점은 지난 20일 태국 최대 유통그룹인 시암피왓그룹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협약으로 현대백화점은 시암피왓그룹이 방콕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중 한 곳에서 ‘K콘텐츠 전문관’을 운영하게 된다. 1958년 설립된 시암피왓그룹은 시암 파라곤, 시암 디스커버리, 시암센터 등 방콕 중심가에 대형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다.

K콘텐츠 전문관은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패션·푸드·팝·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질 예정이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를 모아놓은 더현대서울의 지하 2층 패션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와 비슷한 콘셉트로 조성될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어떤 브랜드가 들어갈지 미정”이라면서도 “국내 중소·중견기업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동남아 시장 진출도 지원할 것”이라 설명했다.

두 회사는 매장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한편 VIP 마케팅도 공동으로 펼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VIP 고객이 태국 시암피왓 쇼핑몰의 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시암피왓의 VIP 고객도 현대백화점의 VIP 혜택을 누릴 수 있다.

○‘MZ 공략법’에 세계 유통사 주목

이번 협약은 시암피왓그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초 방한해 더현대서울을 둘러본 시암피왓의 최고경영자급 인사가 더현대서울의 성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룹 임직원이 차례로 방한하면서 협력이 본격화했다.

시암피왓 측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유통이 위축된 상황에서 MZ세대를 집중 공략해 오픈 2년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현대서울의 2030 고객 비중은 전체 매출의 58%(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점포의 평균(25%)을 크게 앞선다.

더현대서울의 성공 사례에 주목하는 해외 유통기업이 많은 만큼 협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의 한 유통기업도 위탁 운영 등에 관한 협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에 미국 멕시코 등 세계 각지의 유통사 관계자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태국은 물론 동남아에 더현대서울의 우수성을 알려 나갈 것”이라며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의 해외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