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법적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2003년 시작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으로 대통령 자문기구가 된 이 위원회는 20년 연륜을 다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낸 게 사실이다. 최근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위원장에 기용되면서 역할 제고의 변신을 도모하게 된 것이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의 그제 국무회의 언급을 보면 일단 주 부위원장은 상근직으로 바뀐다. 대통령이 “직급과 예우도 올리겠다”고 했으니 곧 부총리급이 될 전망이다.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야 할 상황이다. 위상 강화를 계기로 위원회가 이름값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수백조원의 재정 투입은 한계를 보인 만큼 국내외 다양한 해법을 연구해 우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장려금에 대한 세제 지원에서 봤듯이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원칙 없이 제각각인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쟁탈전 같은 행태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비혼·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인생관 등 인식 변화 요인이 큰 만큼 관행과 문화에도 변해야 할 게 많다. 주 부위원장이 공직 경험을 잘 살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부터 단기·중장기로 나눠 가닥을 잘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경계해야 할 점은 강화된 조직의 경직성과 덩치 큰 상시 조직의 비효율성이다. 부위원장 아래 이미 상임위원과 사무국이 있고, 과(課)가 5개나 된다. 지난해 6월 위원회 산하에 인구정책기획단을 만들어 12개 반도 가동 중이다. 부위원장이 ‘상근직 부총리급’이 되면서 조직부터 키울까 걱정이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중앙행정기관으로 전환한다는 전망까지 나오는데, 신중할 일이다. 이들 위원회는 제재·징계 등 준 사법행정이 많고, 독립적인 위원회 합의 행정의 필요성에 따른 조직이다. 저출산고령위의 일은 이와 다르다. 해외동포청·우주항공청 등도 따로 보면 모두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정부가 돼버린다. 일종의 구성의 오류다. 컨트롤타워 필요성과 옥상옥 논란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점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