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 공개하기로 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외에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등의 지표도 선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PBR이 높은 기업이더라도 배당 성향이나 PER이 낮으면 ‘저평가 기업’ 리스트에 올려놓고 주주친화책을 권고·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26일 발표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전체에 적용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PBR 1배 미만 기업’을 저평가 기업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증시 부양책도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이었다. 최근 저PBR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한 배경에도 이 대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PBR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반도체 기업과 유통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공장, 백화점을 비롯한 설비자산을 넉넉하게 보유해야 한다. 고정자산 비중이 높은 만큼 필연적으로 PBR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우려를 수용해 평가 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저평가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PBR과 PER, ROE, 배당성향 등의 지표를 두루 참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기준으로 선정된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표한다.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공개 거론해 망신주기) 전략이다. 한국거래소가 이들 기업을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면서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반대로 PBR과 PER, ROE, 배당성향 등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개선한 우수 상장사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을 묶은 지수를 만들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6일 이 제도 내용을 일반에 설명하기 위한 공개 세미나를 연다.

김익환/선한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