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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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졌다. 이 수치들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하반기로 미뤄졌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수치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수치를 작성하는 기준에 따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오히려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CPI 상승률 3.1%, 일시적인 현상일 뿐”


미국 노동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1월 PPI가 전월 대비 0.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0.1% 상승을 예상한 월가 전망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앞서 지난 13일 발표된 지난달 CPI도 시장의 예상을 크게 상회했었다. 당시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CPI가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2.9%를 상회하는 것이다.

하지만 월가의 반응은 다소 냉담하다. 물가 지표를 비롯해 △국내총생산(GDP) 등 성장 지표 △고용 지표 등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치를 보인다는 게 의심 대목이다.

우선 CPI의 경우 연초에 기업들이 가격을 재설정하는 일회성 이벤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료 및 자동차 수리와 같은 노동 집약적 서비스에서 가격 상승 폭이 컸는데, 이는 고용주들이 인건비 상승에 발맞춰 가격을 인상한 것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인건비 재조정 시점이 작용했을 뿐 전체 추세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회계 및 컨설팅 회사인 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CPI 보고서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뜨거웠지만 1월 보고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지표에선 ‘계절 조정’ 감안해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35만 3000개였다. 예상치였던 18만 5000개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한 수치다. 노동부는 지난 12월 수치도 당초 21만 6000개에서 33만 3000개로 상향 수정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신규 일자리 35만 3000개는 실제 수치가 아닌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해 노동부가 조정한 것이란 점이다. 매년 미국의 많은 기업이 연말연시를 앞두고 직원들을 고용했다가 1월에 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같은 미국 노동부 소속 고용통계국은 계절적인 고용 패턴을 고려해서 수치를 조정한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통계에 따르면 계절 조정하지 않은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전달보다 263만 5000명 줄었다.

소비 둔화 조짐도


CPI와 고용지표와 달리 소매 판매 부문에선 소비 둔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감소한 7억30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전월 대비 0.2% 감소)보다 하락 폭이 컸다.

분야별로 보면 건축자재·정원관리가 4.1% 감소하면서 큰 폭으로 줄었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은 1.7% 감소, 건강 및 개인 관리도 1.1% 줄었다. 주유소 관련 판매액도 1.7% 떨어졌다. 반면 가구점(1.5%), 식료품·음료(0.1%), 백화점(0.5%), 음식점(0.7%)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도 기존엔 전월 대비 0.6% 늘었다고 나왔지만 이날 0.4%로 하향 조정됐다.

경제성장률 부문에서도 엇갈리는 수치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GDP는 지난해 3분기에 4.9%, 4분기에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국내총소득(GDI)은 2022년 말부터 GDP 수치를 훨씬 밑돌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23년 3분기에는 1.5%에 불과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