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중심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상하이 중심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대형은행들에 연체된 상업용 부동산 부채 규모가 대손충당금을 넘어섰다.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자료를 인용해 "JP모간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6개 대형은행에서 상업용 부동산 연체 대출금 1달러당 쌓아둔 대손충당금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30일 이상 연체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부채 1달러당 대손충당금은 2022년 1.6달러에서 지난해 0.9달러로로 줄었다.

이는 30일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전액 부실화할 경우 은행들이 현재 쌓아 놓은 준비금만으로는 손실을 메우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항목이다. 이들 6개 은행에서 연체된 대출 규모가 지난 1년 사이에 93억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미국 전체 은행권으로 넓혀 보면 상업용 부동산 연체 대출 1달러당 대손충당금도 동기간 2.2달러에서 1.4달러로 줄었다. 아직까지는 6대 은행보다 여유가 있지만, 최근 7년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체 대출 규모가 지난해 243억달러로, 전년도 112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여파다. 뱅크레그데이터의 빌 모어랜드는 "6개월 전까지 괜찮아 보였던 은행들도 다음 분기에는 어떻게 될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문제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이달 초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문 손실 규모를 업데이트한 뒤 주가가 반토막났다.

은행들은 대출 연체로 인한 향후 손실을 막으려면 손실흡수능력(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을 높여야 하지만, 수익을 고려해 대손충당금 적립 시기를 지연해왔다. 금융당국도 대출 성격과 과거 손실률 등을 기반으로 통상 무담보인 신용카드 대출에는 10%,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는 2~3%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요구했다. 그러나 MSCI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평균 19.6%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 자본 규제에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괴리가 은행권의 건전성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카고 대학 부스 경영대학원의 회계 교수인 자오 그랜자는 "최근의 높은 공실률이 지속되면 예상 손실률을 예측하도록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BRE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차드 바켐은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내려 잡은 것은 뇌관이 될 것"이라며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은행들은 앞으로 5년간 관련 대출로 최대 6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을것으로 추산되는 이는 현 대손충당금 규모(310억달러)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