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자리비운 전공의…의료 공백에 전국 병원 현장 혼란 가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공의 집단행동에 전국 수련병원서 수술·진료 축소
의대생 동맹 휴학…"학사 일정 조정 등 교육부 방침 따라 대응"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고 병원 측은 수술이나 진료를 축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 전공의 떠난 의료 현장 이틀째 환자 불안 가중
21일 오전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기다리던 60대 여성 송모씨는 "남편이 암 투병 중"이라며 "다음 달 담석 제거술을 예약해놨는데 미뤄질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의사들이 사람 목숨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의료진이 부족한 일부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피부과, 얼굴 골절을 포함한 단순 성형외과 질환, 신경과 경련 관련 환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다른 지역 수련병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대부분 복귀하지 않으면서 일선 현장에서 혼란은 계속됐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을 마친 뒤 퇴원하는 환자에 대해 외래 진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예후를 지켜봐야 하므로 통상 퇴원하는 환자들은 외래 진료를 잡는데, 전공의 공백으로 이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급기야 의료공백 사태가 종합병원만이 아닌 일반 병원급까지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강원 원주의 한 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파업으로 인해 응급상황 발생시 상급병원 전원이 불가할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시민들은 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의 대거 이탈 사태가 계속될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 봐 우려를 표했다.
주기적인 투석을 위해 대전 건양대병원을 찾은 한 보호자 한모(60)씨는 "남편이 한 번만 투석을 안 받아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심하다"며 "전쟁이 나도 문 닫으면 안 된다.
의사 선생님께도 제발 그만두시면 안 된다고 빌었다.
"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술 일정이 미뤄지면서 새로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글도 여러 개 올라왔고, 이에 대체 시민들은 가능한 일반 병원을 서로 추천하기도 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한 누리꾼은 "부산대병원에서 시어머니가 유방암 1기를 진단받아 3월에 수술 예정인데, 의료 사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며 "수술이 가능한 일반 병원으로 옮겨 하루빨리 수술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역별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낸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기기도 했다.
◇ 업무개시 명령에도 미복귀…입원 환자·수술 건수 축소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대부분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각 지자체와 병원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병동을 회진하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교수들이 처방 지시·처치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진료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각 병원은 정부 압박에도 전공의 복귀가 저조한 탓에 수술 일정을 미루거나 입원 환자 수를 줄여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전남대병원과 강원 아산병원 등은 수술은 중증 환자 위주로만 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수술을 평상시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였으며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일반 병실의 경우 전공의 없이 장기간 운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일반병상 가동률을 50%대로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부산대병원 역시 환자들이 계속 퇴원하는 반면 새로 입원하는 환자는 평소보다 줄어 빈병상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이후 입원 환자가 매일 10%가량 줄고 있다"며 "수술 건수도 평소에 비해 30∼4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서는 의료 공백에 대비해 응급실에 전문의들을 추가 배치하거나 경증 환자를 2차 병원으로 전원 보내고 있다.
일부 과에선 전문의들이 레지던트 없이 홀로 회진을 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심화하면 공공병원인 청주·충주 의료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늘리고 휴일에도 진료를 보게 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시내 주요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이어 집단휴진이 발생할 경우 휴진 당일부터 공공의료기관 6곳과 10개 군·구 보건소의 평일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할 계획이다.
◇ 전국 의대생 휴학계 제출…개강 연기 등 대응
전국 의과대학 소속 학생들도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실습을 거부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각 대학은 개강일을 미루거나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대 의과대학 재학생 201명 가운데 현재까지 186명이 정부의 지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냈다
제주대 의대는 휴학계 제출에 대비해 개강일을 지난 19일에서 다음 달 4일로 미뤘으며, 휴학 승인 전 학과장 면담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20여명 전원은 개강일이던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200여명 전원도 학교 측에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학교 측은 학사일정을 3월 중으로 미뤘다.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생의 경우 1천142명 가운데 96.3%가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교는 휴학계 제출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 절차를 준비한다.
원광대 관계자는 "학장 허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적으로 휴학을 승인하기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학사 일정 조정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학생들의 상황을 추가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지혜 박세진 신민재 강태현 나보배 박정헌 이성민 박주영 권준우 장지현 박철홍 박성제 기자)
/연합뉴스
의대생 동맹 휴학…"학사 일정 조정 등 교육부 방침 따라 대응"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고 병원 측은 수술이나 진료를 축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 전공의 떠난 의료 현장 이틀째 환자 불안 가중
21일 오전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기다리던 60대 여성 송모씨는 "남편이 암 투병 중"이라며 "다음 달 담석 제거술을 예약해놨는데 미뤄질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의사들이 사람 목숨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의료진이 부족한 일부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피부과, 얼굴 골절을 포함한 단순 성형외과 질환, 신경과 경련 관련 환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다른 지역 수련병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대부분 복귀하지 않으면서 일선 현장에서 혼란은 계속됐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을 마친 뒤 퇴원하는 환자에 대해 외래 진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예후를 지켜봐야 하므로 통상 퇴원하는 환자들은 외래 진료를 잡는데, 전공의 공백으로 이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급기야 의료공백 사태가 종합병원만이 아닌 일반 병원급까지 확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강원 원주의 한 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파업으로 인해 응급상황 발생시 상급병원 전원이 불가할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시민들은 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의 대거 이탈 사태가 계속될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 봐 우려를 표했다.
주기적인 투석을 위해 대전 건양대병원을 찾은 한 보호자 한모(60)씨는 "남편이 한 번만 투석을 안 받아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심하다"며 "전쟁이 나도 문 닫으면 안 된다.
의사 선생님께도 제발 그만두시면 안 된다고 빌었다.
"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술 일정이 미뤄지면서 새로운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글도 여러 개 올라왔고, 이에 대체 시민들은 가능한 일반 병원을 서로 추천하기도 하는 등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한 누리꾼은 "부산대병원에서 시어머니가 유방암 1기를 진단받아 3월에 수술 예정인데, 의료 사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며 "수술이 가능한 일반 병원으로 옮겨 하루빨리 수술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역별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낸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기기도 했다.
◇ 업무개시 명령에도 미복귀…입원 환자·수술 건수 축소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대부분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각 지자체와 병원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병동을 회진하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교수들이 처방 지시·처치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진료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각 병원은 정부 압박에도 전공의 복귀가 저조한 탓에 수술 일정을 미루거나 입원 환자 수를 줄여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전남대병원과 강원 아산병원 등은 수술은 중증 환자 위주로만 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수술을 평상시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였으며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일반 병실의 경우 전공의 없이 장기간 운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일반병상 가동률을 50%대로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부산대병원 역시 환자들이 계속 퇴원하는 반면 새로 입원하는 환자는 평소보다 줄어 빈병상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이후 입원 환자가 매일 10%가량 줄고 있다"며 "수술 건수도 평소에 비해 30∼4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서는 의료 공백에 대비해 응급실에 전문의들을 추가 배치하거나 경증 환자를 2차 병원으로 전원 보내고 있다.
일부 과에선 전문의들이 레지던트 없이 홀로 회진을 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심화하면 공공병원인 청주·충주 의료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늘리고 휴일에도 진료를 보게 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시내 주요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이어 집단휴진이 발생할 경우 휴진 당일부터 공공의료기관 6곳과 10개 군·구 보건소의 평일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할 계획이다.
◇ 전국 의대생 휴학계 제출…개강 연기 등 대응
전국 의과대학 소속 학생들도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실습을 거부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각 대학은 개강일을 미루거나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대 의과대학 재학생 201명 가운데 현재까지 186명이 정부의 지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냈다
제주대 의대는 휴학계 제출에 대비해 개강일을 지난 19일에서 다음 달 4일로 미뤘으며, 휴학 승인 전 학과장 면담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20여명 전원은 개강일이던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앞서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200여명 전원도 학교 측에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학교 측은 학사일정을 3월 중으로 미뤘다.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생의 경우 1천142명 가운데 96.3%가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교는 휴학계 제출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 절차를 준비한다.
원광대 관계자는 "학장 허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적으로 휴학을 승인하기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학사 일정 조정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학생들의 상황을 추가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지혜 박세진 신민재 강태현 나보배 박정헌 이성민 박주영 권준우 장지현 박철홍 박성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