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부 레이달리오, 소비재주 팔고 뒤늦게 M7 올라탔다[대가의 포트폴리오]
AI 수혜주 엔비디아 1450억원 매수
전 분기 정리한 메타·알파벳 재매입

매도 상위 5개 중 4개가 '소비재주'
정부부채 증가에 소비 둔화 우려한듯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가 지난해 4분기 소비재주를 팔고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7개 빅테크 기업의 상승세에 올라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브리지워터의 지난해 4분기 자산 총액은 179억달러(약 24조원)로 전 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이 분기에 브리지워터는 M7(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중에서도 인공지능(AI) 최대 수혜 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를 22만381주를 추가 매입했다. 4분기 말 주가 기준 1억913만달러(약 1450억원) 규모다.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13%에서 0.72%로 늘었다.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연합뉴스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연합뉴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메타도 각각 46만5505주(6502만달러·약 860억원), 4만3928주(1554만달러·약 200억원) 추가 매입했다. 알파벳 비중은 1.25%에서 1.60%로, 메타 비중은 1.13%에서 1.32%로 늘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0만달러(약 13억원)어치 매도해 비중을 0.42%에서 0.38%로 줄였다. 브릿지워터는 지난해 3분기 알파벳 38만주를 정리하고 메타 주식은 8만4000주 정리한 바 있다.

브릿지워터는 체중 감량제 열풍의 주인공인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25만5619주(5억8482만달러·약 7800억원) 추가 매수했다. 이 분기 최대 매수 종목이다.
브릿지워터의 지난해 4분기 매수·매도 상위 5개 종목. /웨일위즈덤
브릿지워터의 지난해 4분기 매수·매도 상위 5개 종목. /웨일위즈덤
새로 포트폴리오에 담은 상품으로는 아이셰어 MSCI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가 눈에 띈다. 9616만달러, 한화로는 약 1280억 규모다. 이 외에 비자를 23만7827주(6177만달러·약 820억원), 보험사 프로그레시브코퍼레이션 주식을 44만1867주(7038만달러·약 940억원) 추가 매입했다.

매도 상위 5개 종목 중에서는 4개가 소비재주였다. ETF를 제외한 개별 종목 중 브릿지워터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프록터앤드갬블(P&G)의 비중이 4.23%에서 3.81%로 축소됐다. 2위인 코카콜라와 5위 펩시코는 각각 3.04%에서 2.64%로, 2.74%에서 2.32%로 줄었다. 월마트 비중도 2.60%에서 2.24%로 축소했다.

브릿지워터의 소비재주 청산은 "미국 정부 부채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레이 달리오의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레이 달리오는 지난해 11월 CNBC 인터뷰에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고,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재정 적자 증가로 인해 정부가 쓸 수 있는 부양책 카드가 줄고 시중 금리가 상승할 경우 소비자 심리가 타격받을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부문별로 나눠보면 ETF를 포함한 금융 부문 비중이 24.07%로 가장 컸다. 필수소비재가 23.48%로 뒤를 이었고 헬스케어 17.75%, 임의 소비재 14.04%, 정보기술 6.24% 순이다. 레이 달리오는 4계절 내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올웨더' 전략의 창시자로 잘 알려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