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 taz 홈페이지 캡처
독일 언론 taz 홈페이지 캡처
"클린스만, 당신은 지난 주에 한국 대표팀의 코치로 해고됐어요. 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한국에서 너무 적은 시간을 보냈다고 비난했는데요."

독일의 한 매체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풍자하는 '가상 인터뷰'를 내보냈다.

독일 매체 taz는 20일(현지시간) 풍자와 유머를 다루는 페이지에 클린스만과의 '가상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가짜 인터뷰는 '다시는 평양에 가지 않을 거야!'라는 제목으로,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된 이후 처음 공개 입장을 밝히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해외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데 대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평양'으로 가는 항공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후 미국 캘리포니아(클린스만 현 주거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비난받았다"고 했다. 이에 클린스만은 "나는 미국인이 다 됐다. 요즘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지 않나. 출근 시간이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기자가 "축구 감독이라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하자 클린스만은 "교통편이 안 좋았다. LA에서 평양으로 가는 항공편이 극히 적어서 그랬다"는 황당 답변을 내놨다. "평양은 북한에 있다"는 기자의 말에 클린스만은 "그래서?"라고 받아쳤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북한 관련 횡설수설하는 모습의 클린스만의 모습에는 조롱 섞인 현지 반응이 고스란히 담겼다.

앞서 독일의 언론들은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을 전격 경질한 소식을 전하며 '굴욕'이라는 표현을 썼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이 열리던 지난달 21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 사령탑을 맡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클린스만에 따르면 그는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알고 지냈는데 2022 카타르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나 농담조로 "감독 찾고 있냐" 물었더니 관심을 보여왔다는 것. 당시는 한국-브라질의 16강전(1-4 패)이 끝난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클린스만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정 회장은 다음 날 도하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몇 주 뒤 실제로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와서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며 두 사람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서는 "내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가대표 파주트레이닝센터의 숙박시설이 낡고 북한과 가까운 곳이어서 싫어했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클린스만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한 정상적인 절차로 감독을 선임했다는 정 회장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클린스만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축구 계정을 언팔하는 것이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