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척살·제거"…비명계, 민주 지도부 비난하며 집단 공개반발

의총서 '하위 20% 통보·현역배제 여론조사' 성토…이재명 불참 비판
비명 "정체불명 여론조사 진상 밝혀야"…홍익표 "지도부로서 책임 느껴"
권인숙 '나 빼고 복당 이언주 포함해 여론조사 했더라' 울먹이기도

더불어민주당이 야권 통합비례정당 창당 경과를 공유하고자 21일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는 논란에 휘말린 공천 과정을 두고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장이 됐다.

현역 평가 결과 하위 20%에 속한 비명(비이재명)계가 잇따라 '커밍아웃'을 하며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비명계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거 발언권을 얻어 당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오전 11시께 시작돼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10여 명이 자유토론에 나서서 공천과 관련한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비명계였다.

전날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속한다는 통보를 받은 윤영찬 의원은 "현 지도부 중 하위 10%나 20%에 속한다는 의원들보다 의정 활동을 잘했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지도자가 경쟁자를 적으로 돌린다"고 주장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도 "하위 20% 평가를 받은 한두 명의 원망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이들이 누가 봐도 현 지도부에 대립각을 세운 분들이잖나"라며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이 적용됐다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계파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포용과 통합할 노력을 해야지, (반대파를) 척살 대상으로 보나"라고 했다.

이 외에도 발언 기회를 얻은 비명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 "친문이니 비명이니 하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해철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며 "하위 20% 당사자가 해명을 요구하면 당은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불참해 이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지키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중간에 이석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나"라며 고성 섞인 항의가 나왔다고도 한다.

의원총회에서는 특히 각 지역구에서 후보들의 경쟁력을 확인하고자 당이 실시 중인 여론조사를 두고 강력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구 현역 의원을 배제한 채 여론조사가 이뤄져 이미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대해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경기 용인갑 출마를 준비해 온 비례대표 권인숙 의원은 당이 자신을 빼놓은 채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을 포함해 해당 지역구에 여론조사를 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경쟁력도 없는 사람을 자꾸 (여론조사에 넣어) 돌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흔드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당은 이수진 의원의 지역구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의원은 조정식 사무총장을 향해 "총장님이 동작을에 가서 이길 건가"라고 물어봤다고도 한다.

의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조 사무총장은 여론조사가 '정체불명'이라는 지적에 "당에서 한 여론조사가 맞다"면서 의원들이 제기한 불만에 대해서는 "파악해보겠다"고 대답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여론조사 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조사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구 후보 적합도 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 업체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의 용역을 수행한 업체라는 보도 등이 나온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홍 원내대표는 아울러 서울 지역 당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다고 보고 원내대표실 차원에서 별도로 여론조사를 하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