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부족 징조 '백워데이션'에 WTI 1.3% 상승 [오늘의 유가]

美 정유공장 가동률 1년여만에 최저치
도이체방크 "연말 브렌트유 88달러" 전망

국제 원유 시장에서 공급 부족 조짐이 나타나면서 유가가 21일(현지시간) 1% 가량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거래일보다 1.25% 오른 배럴 당 77.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은 0.94% 상승한 83.11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NYEMX에서 WTI 4월물은 77.43달러로 3월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로이터통신은 원원물(현재보다 더 먼 시점에 거래되는 선물) 가격이 근원물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공급 부족의 전조라고 평가했다. 원유 시장에는 당장 원유를 구매하는 현물 거래와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 원유를 살 수 있는 선물 거래가 있다. 만약 미래에 유가가 하락한다고 판단할 경우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원원물이 근원물보다 낮아지는데 이를 백워데이션이라고 한다.

백워데이션은 특정 상품의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경우에도 일어난다. 일시적으로 파업이나 화재 등으로 상품 공급이 부족할 경우 현물 가격이 치솟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유 공장 가동률은 한파 영향으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80.6% 수준으로 내려갔다.

시장분석기업 스톤엑스의 알렉스 호데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제소 가동 중단으로 전 세계적으로 일부 원유 생산이 중단됐지만 다시 가동될 수 있다"라며 "이는 정제 마진에 압력을 가하고 더 많은 원유 사용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인근 유정에 있는 펌프잭 뒤로 무지개가 나타났다. /AP

금리 인하에 대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신중한 태도가 이날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드러나며 상승 폭을 제한했다. FOMC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물가가 여전히 높아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높은 기준금리가 지속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 강세는 국제 원유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FX스트리트 기고를 통해 상반기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83달러선을 유지하고 연말에는 88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NG 원자재 전략가인 워렌 패터슨과 에와 멘티는 "중국 등 글로벌 소비 둔화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가 유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정학적 갈등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의 감산으로 인해 유가는 좁은 거래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이체방크는 하반기부터 여름철 수요 증가 등 계절 강세와 재고량 감소가 발생해 OPEC+가 올해 3분기 처음으로 원유 생산량을 일부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