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에 아마존이 들어올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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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용산국제업무지구 성패, 기업유치에 달려 있어
용산국제업무지구 성패, 기업유치에 달려 있어
서울 도심 삼각 편대의 정중앙에 위치한 ‘용산국제업무지구’가 10년만에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반시설 착공에 들어가면 2030년 초에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군이래 최대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이 지난 2월5일 발표됐습니다.
용산철도정비창부지에 조성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을 '글로벌 톱5 메가시티'로 올려놓기 위해 추진중인 도시공간 대개조의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서부이촌동 아파트 부지를 제외하고 사업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코레일과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내세웠습니다.
세 부문으로 나눠서 개발은 진행됩니다. 면적은 제일 적지만 국제업무 존(Zone)이 핵심이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국제업무 존은 종상향을 통해 최대 용적률 1700%까지 부여해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가 들어서도록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인 구축물에 대한 계획입니다. 개발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 즉 입점하려는 기업에서 나옵니다.
사업계획에서도 국내외 유수 기업, 국제기구 등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나와 있습니다만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깁니다. 100층 건물과 1700%의 용적률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입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이 입점하지 않는다면 국제업무 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우스꽝스러운 결과물만 남게 될 겁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기업도시가 대표적입니다. 기업도시는 산업입지와 경제활동을 위해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특정산업 중심의 자급자족형 복합기능 도시입니다. 2005년 정부차원에서 기업도시위원회를 만들고 6개 시범지역을 선정하면서 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무안과 무주는 이미 지구지정이 해제됐고 영암·해남과 태안은 여전히 준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도시 이전에 추진한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 특별법을 제정하고 2003년부터 시작한 경제자유구역은 3곳에서 출발해 현재는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유력한 해외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으면서 경제자유구역 청장(1급)인 공무원 수만 늘려 놓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 전국에 해외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개발사업을 이렇게 많이 만들었는데 실패는 명약관화(明若觀火)입니다. 포퓰리즘과 나눠 먹기는 결국 어떠한 성공사례도 만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과거의 실패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합니다.
특히나 해외의 유력기업 유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목표인 서울의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갈수록 추락하는 중입니다. 2015년 글로벌도시지수(Global Cities Index) 11위였던 순위는 2021년 17위로 하락했습니다. 2023년 다시 14위로 회복했지만 갈 길이 멉니다. 미래 성장성을 측정하는 글로벌 도시전망은 이미 31위로 추락했습니다. 따라서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용산이라는 공간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해외기업의 국내 유치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의료와 교육부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 가족과 함께 근무할 때 가장 고민되는 사항이 이 두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외국병원과 국제학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사항은 용산이 강남에 버금가는 주거선호지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의료와 학군이 잘 갖춰진 강남과 경쟁하기 위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편의시설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활편의시설인 의료와 교육부문이 받쳐주지 못하면 용산이 강남을 넘어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반시설 차원에서는 용산만큼 뛰어난 곳은 없습니다. 최첨단의 기술과 일자리 그리고 고급주거가 결합된 자족도시를 넘어, 직주일체를 이루어 낸다면 용산구의 향후 가치는 넘사벽이 될 겁니다. 한남과 이촌동이 개발되고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용산민족공원이 받쳐준다면 강남에 버금가는 병원과 교육시설 등 생활인프라가 추가되면서 강남을 위협하는 주거선호지역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우리나라의 개발사업은 매번 같은 형태의 방식과 절차로 진행됩니다. 기업 없는 기업도시, 항공사 없는 공항, 입주자 없는 아파트가 즐비한 이유는 시장성(marketability)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사업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객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공항을 건설하면 어떤 항공사가 취항을 할 것인지 이외의 변수는 모두 부차적일 따름입니다. 과연 아마존 아 ·태 본사가 용산에 들어올 것인지 서울시는 다시 한번 심각하게 검토해봤으면 합니다.
다행히 개발사업 초기부터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연히 방문한 73만8000평에 이르는 포항의 코스타밸리(Costa Vally)라는 골프 리조트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전부터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규모로 어떤 시설을 지을 것인지를 계획하기도 전에, 어떤 콘텐츠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개발의 절차이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낯선 방식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하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이런 선도적인 개발사업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용산철도정비창부지에 조성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을 '글로벌 톱5 메가시티'로 올려놓기 위해 추진중인 도시공간 대개조의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서부이촌동 아파트 부지를 제외하고 사업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코레일과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내세웠습니다.
세 부문으로 나눠서 개발은 진행됩니다. 면적은 제일 적지만 국제업무 존(Zone)이 핵심이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국제업무 존은 종상향을 통해 최대 용적률 1700%까지 부여해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가 들어서도록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인 구축물에 대한 계획입니다. 개발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 즉 입점하려는 기업에서 나옵니다.
사업계획에서도 국내외 유수 기업, 국제기구 등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나와 있습니다만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깁니다. 100층 건물과 1700%의 용적률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입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이 입점하지 않는다면 국제업무 존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우스꽝스러운 결과물만 남게 될 겁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기업도시가 대표적입니다. 기업도시는 산업입지와 경제활동을 위해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특정산업 중심의 자급자족형 복합기능 도시입니다. 2005년 정부차원에서 기업도시위원회를 만들고 6개 시범지역을 선정하면서 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무안과 무주는 이미 지구지정이 해제됐고 영암·해남과 태안은 여전히 준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도시 이전에 추진한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 특별법을 제정하고 2003년부터 시작한 경제자유구역은 3곳에서 출발해 현재는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유력한 해외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으면서 경제자유구역 청장(1급)인 공무원 수만 늘려 놓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해외의 유력기업을 유치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 전국에 해외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개발사업을 이렇게 많이 만들었는데 실패는 명약관화(明若觀火)입니다. 포퓰리즘과 나눠 먹기는 결국 어떠한 성공사례도 만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과거의 실패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합니다.
특히나 해외의 유력기업 유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목표인 서울의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갈수록 추락하는 중입니다. 2015년 글로벌도시지수(Global Cities Index) 11위였던 순위는 2021년 17위로 하락했습니다. 2023년 다시 14위로 회복했지만 갈 길이 멉니다. 미래 성장성을 측정하는 글로벌 도시전망은 이미 31위로 추락했습니다. 따라서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용산이라는 공간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해외기업의 국내 유치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의료와 교육부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 가족과 함께 근무할 때 가장 고민되는 사항이 이 두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외국병원과 국제학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사항은 용산이 강남에 버금가는 주거선호지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의료와 학군이 잘 갖춰진 강남과 경쟁하기 위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편의시설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활편의시설인 의료와 교육부문이 받쳐주지 못하면 용산이 강남을 넘어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반시설 차원에서는 용산만큼 뛰어난 곳은 없습니다. 최첨단의 기술과 일자리 그리고 고급주거가 결합된 자족도시를 넘어, 직주일체를 이루어 낸다면 용산구의 향후 가치는 넘사벽이 될 겁니다. 한남과 이촌동이 개발되고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용산민족공원이 받쳐준다면 강남에 버금가는 병원과 교육시설 등 생활인프라가 추가되면서 강남을 위협하는 주거선호지역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우리나라의 개발사업은 매번 같은 형태의 방식과 절차로 진행됩니다. 기업 없는 기업도시, 항공사 없는 공항, 입주자 없는 아파트가 즐비한 이유는 시장성(marketability)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사업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객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공항을 건설하면 어떤 항공사가 취항을 할 것인지 이외의 변수는 모두 부차적일 따름입니다. 과연 아마존 아 ·태 본사가 용산에 들어올 것인지 서울시는 다시 한번 심각하게 검토해봤으면 합니다.
다행히 개발사업 초기부터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연히 방문한 73만8000평에 이르는 포항의 코스타밸리(Costa Vally)라는 골프 리조트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전부터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규모로 어떤 시설을 지을 것인지를 계획하기도 전에, 어떤 콘텐츠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개발의 절차이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낯선 방식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하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이런 선도적인 개발사업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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