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사회·의과대생들 250여명 집회…"무계획적 의사 증원 중단"
[현장] "코로나때도 병원 지킨 전공의들, 왜 떠났는지 생각해달라"
"현실에 맞지 않는 의사 증원이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관철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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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사흘째인 22일 오후.
전북의사회 소속 의사 100여명과 전북대·원광대 의과대 학생 150여명이 전주종합경기장에 모여 '의대 증원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엄철 전북도의사회 의장은 "5년 전에 남원 서남대 의대는 교수를 확보하지 못해 폐교했다"며 "현실이 이러한데 갑자기 의과대 학생이 2천명 늘어난다면 예비 의사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할 것이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무너질까 우려돼 전공의들이 진료실을 나갔고, 우리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게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힘들었을 때도) 병원을 지켰던 전공의들이었다"며 업무 중단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현장] "코로나때도 병원 지킨 전공의들, 왜 떠났는지 생각해달라"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송병주 대한의사협회 감사는 "정부는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진료과목 의사 부족 문제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리려고 한다지만,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건 모두 정부였다"고 주장했다.

송 감사는 "건강보험만으로는 수익 보전이 힘들어지자 병·의원들은 비급여 진료와 박리다매식 3분 진료, 과잉 진료를 남발하게 됐으며 저수가 탓에 대형 병원들은 지속해 덩치를 키우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면서 성장을 하게 됐다"며 의료계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른바 '빅5' 병원이 탄생했고 KTX와 SRT까지 가세해 수도권 환자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라며 부연했다.

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진료과목 인력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 감사는 "미국 의사들의 전공별 연공 순위를 보면 뇌신경 수술 의사와 심장 수술 의사가 가장 높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로와 낮은 보상, 의료 사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필수 진료과는 기피 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밤새워 수술하거나 중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에게 충분히 보상해주고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과 가벼운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처벌 정책으로 일관하지 말고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은 발언이 끝날 때마다 '무계획적 의사 증원 건보 재정 파탄 낸다', '의대 증원 졸속 추진 의료 붕괴 초래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 "코로나때도 병원 지킨 전공의들, 왜 떠났는지 생각해달라"
이날 집회에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낸 전북대와 원광대 의과대 학생들 150여명도 참석했다.

이들 학교에 따르면 전북대 의과대학 재학생 669명 중 646명, 원광대 의과대학생 473명 중 454명 등 전체 1천142명 중 96.3%가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다.

학생들은 의사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도 개별 인터뷰를 요청하자 "자중하기로 했다",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부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개원의는 "정부가 엄포를 놓으니 의과대 학생들도, 전공의들도 인터뷰 요청에) 도망가기 바쁠 것"이라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를 전공하고도 피부과 진료를 보는 의료인력을 재배치하기만 해도 정부가 언급하는 문제들이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며 "의대 정원에 앞서 이런 것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