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들어올 때마다 한 장씩 굽던 CD…스트리밍 시대 '추억'을 플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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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하콘 기획자 노트
공연 실황 녹음 후
가내수공업 제작한
하우스콘서트 음반
듣는 방식 변했어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 매력
공연 실황 녹음 후
가내수공업 제작한
하우스콘서트 음반
듣는 방식 변했어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 매력

레코드판(LP)까지 재생 가능한 올인원 컴포넌트와는 머지않아 이별해야 했다. 마침 카세트테이프가 아니라 CD로 대세가 기울던 때였다. 동네 음반가게를 지날 때면 쌈짓돈을 만지작거리며 저렴한 테이프 코너에서 기웃거리던 나도 점차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일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MP3로 음악을 듣고 더 이상 파일마저 소장하지 않는 시대로 넘어오기 전까지의 일이지만.
연주자들도 처음엔 망설였다. 공연장이 아니라 ‘집’에서 하는 콘서트 실황 연주가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흐름이 바뀌었다. 음반으로 제작할 공연을 선별하고 연주자의 동의를 구해 한 해 제작된 음반은 2008년 10종에서 2013년 100종으로, 2016년엔 126종으로 늘어났다. 2016년 당시 450회가량의 하우스콘서트를 진행했으니 전체 공연의 약 30%가 음반으로 나온 셈이다.
하우스콘서트 실황 음반의 스테디셀러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김태형·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당시 신인 음악가들의 것이었다. 이들이 점차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나가면서 음반 주문량도 증가했다. 거꾸로 하우스콘서트 음반을 통해 새로운 연주자를 알게 되기도 했다. 공연을 직접 관람한 관객은 실황 음반 출시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거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정 연주자의 음반을 모으며 자신의 컬렉션에 하우스콘서트 실황 음반을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그 동그란 도넛을 굽고 생산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파일마저 소장하지 않는 스트리밍 시대를 지나 우리는 어디까지 변화할까. 음악을 듣는 방식이 혹시 다시 예전으로 회귀하지는 않을지, 소장용 LP가 다시 뜨는 시대에 과연 하콘이 CD를 다시 굽는 일은 없을는지 궁금해진다.
강선애 하우스콘서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