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랜드마크'라던 솔올미술관, 김 빠진 루치오 폰타나 개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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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새로 문 연 솔올미술관
'루치오 폰타나:공간·기다림'전
새로운 설치미술작으로 개관전
"원작은 적어 아쉽다" 목소리도
리처드 마이어 내건 건물이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 아쉬워
미술관 운영 관심 없는 강릉시에
'개점 휴업'될까 미래도 불투명
'루치오 폰타나:공간·기다림'전
새로운 설치미술작으로 개관전
"원작은 적어 아쉽다" 목소리도
리처드 마이어 내건 건물이지만
주변 환경과의 조화 아쉬워
미술관 운영 관심 없는 강릉시에
'개점 휴업'될까 미래도 불투명
강원 강릉시 솔올로, 소나무 숲이 늘어서 '솔올'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에 '강릉의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세우며 문을 연 '신상 미술관'이 있다. 지난 14일 개관해 관객을 받은 지 열흘도 채 안 된 솔올미술관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건 건물에, 개관전의 주인공으로 '공간 개념의 창시자' 루치오 폰타나를 한국 최초로 모시며 미술계와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9일, ‘강릉 랜드마크 미술관’의 뚜껑이 열렸다.
저 멀리서도 태양빛을 반사시키며 위용을 뽐내는 건물은 '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의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은퇴한 마이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받은 기업 마이어파트너스가 솔올미술관 설계부터 책임졌다. 마이어파트너스는 미국 게티센터 등 세계 랜드마크를 건설한 건축사무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솔올미술관 개관전 오프닝을 찾은 마이어파트너스의 연덕호 대표는 “이번 미술관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학은 ‘미니멀리즘’이었다”며 “건축물은 그 내부에 놓인 전시 작품과 주변 조경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았다”고 건축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4년 전 이 부지가 언덕이었을 때부터 미술관 디자인을 시작했다.
연 대표의 말대로 건축물은 ‘마이어 이름값’에 비해선 단조로웠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주위를 둘러싼 조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선사했다. 하얀색으로 노출된 콘크리트와 미술관 전면을 그대로 내놓은 투명 유리는 외부의 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부에 있는 관람객들이 햇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폰타나는 캔버스 뒤에 '다른 3차원의 공간'이 있다고 주장해 온 작가다. 이후 그의 주장은 발전해 '공간주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단순히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 그림을 그리는 대신, 칼로 캔버스를 베어내거나 뚫는 등의 작업을 통해 2차원 평면의 뒷세계를 열어 '3차원의 세계'로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뚫기'와 '베기' 시리즈 등 '루치오 폰타나'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나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2층에 놓인 폰타나의 설치 작품들이다. 모두 그가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그대로 본떠 다시 만든 재건 작품들이다. 폰타나의 대형 설치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캔버스 작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재건을 시작해 아시아 최초로 소개됐다. 이날 놓인 작품들 다섯 점은 2층 전시실 하나를 모두 차지했다. 관람객이 미로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빨간 통로를 통과해야 하는 작품부터 천장 위에 매달린 대형 조명까지, 해외에서 선보였던 기존 그의 전시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만났다. 루치오 폰타나는 건축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던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솔올미술관 또한 출입구에 폰타나의 네온 작품을 천장에 걸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미술관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폰타나의 작품과 건축의 어우러짐을 이해할 수 있게 기획했다.
주변 환경도 미흡하다. 미술관을 나오면 사방은 전부 '공사장'이다. 기자간담회 당일에도 포크레인이 미술관 출입로를 오가며 통행을 방해했다. 바로 앞에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그대로 보이는 아파트 공사장이 늘어섰다.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조경이 아닌 '진짜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는 아쉽다. 무엇보다 솔올미술관이 가장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미술관은 강릉시가 소유한 부지에 아파트 시행사가 기부채납하는 형태를 통해 세워졌다. 2022년 11월부터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두 번째 전시 이후 올해 8월부터 강릉시에 운영권이 이관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는 미술관의 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을 전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미술관 운영에 대한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다. 미술관의 전시 계획 중 현재 전시와 이어질 전시인 아그네스 마틴의 개인전 외에는 예정된 것이 없다. 19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도 강릉시 관계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의문을 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석모 솔올미술관 초대 관장은 "강릉시의 추후 운영 방안에 대해 공유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지 알기라도 하고 싶은 답답한 마음 뿐이다"라고 도 했다. 오는 8월 김 관장이 물러난 이후 미술관을 맡을 관장이 누구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무관심 속에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건 건물이 계속 미술관으로 쓰여질 수 있을지에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건 건물에, 개관전의 주인공으로 '공간 개념의 창시자' 루치오 폰타나를 한국 최초로 모시며 미술계와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9일, ‘강릉 랜드마크 미술관’의 뚜껑이 열렸다.
저 멀리서도 태양빛을 반사시키며 위용을 뽐내는 건물은 '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의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 은퇴한 마이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건축 철학을 이어받은 기업 마이어파트너스가 솔올미술관 설계부터 책임졌다. 마이어파트너스는 미국 게티센터 등 세계 랜드마크를 건설한 건축사무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솔올미술관 개관전 오프닝을 찾은 마이어파트너스의 연덕호 대표는 “이번 미술관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학은 ‘미니멀리즘’이었다”며 “건축물은 그 내부에 놓인 전시 작품과 주변 조경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았다”고 건축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4년 전 이 부지가 언덕이었을 때부터 미술관 디자인을 시작했다.
연 대표의 말대로 건축물은 ‘마이어 이름값’에 비해선 단조로웠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주위를 둘러싼 조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선사했다. 하얀색으로 노출된 콘크리트와 미술관 전면을 그대로 내놓은 투명 유리는 외부의 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부에 있는 관람객들이 햇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루치오 폰타나, 한국 첫 상륙하다
솔올미술관이 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로 모셔 온 작가는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거장 중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다. 폰타나 재단과 협력해 그가 일평생 선보인 '공간 개념'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재단이 가진 소장품들로, 1947년 폰타나의 '공간주의 선언' 이후 그가 선보인 작품들을 내놨다.폰타나는 캔버스 뒤에 '다른 3차원의 공간'이 있다고 주장해 온 작가다. 이후 그의 주장은 발전해 '공간주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단순히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 그림을 그리는 대신, 칼로 캔버스를 베어내거나 뚫는 등의 작업을 통해 2차원 평면의 뒷세계를 열어 '3차원의 세계'로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뚫기'와 '베기' 시리즈 등 '루치오 폰타나'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나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2층에 놓인 폰타나의 설치 작품들이다. 모두 그가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그대로 본떠 다시 만든 재건 작품들이다. 폰타나의 대형 설치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캔버스 작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재건을 시작해 아시아 최초로 소개됐다. 이날 놓인 작품들 다섯 점은 2층 전시실 하나를 모두 차지했다. 관람객이 미로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빨간 통로를 통과해야 하는 작품부터 천장 위에 매달린 대형 조명까지, 해외에서 선보였던 기존 그의 전시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만났다. 루치오 폰타나는 건축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던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솔올미술관 또한 출입구에 폰타나의 네온 작품을 천장에 걸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미술관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폰타나의 작품과 건축의 어우러짐을 이해할 수 있게 기획했다.
이름값에 비해 '글쎄...", 불투명한 미래도 숙제
솔올미술관은 루치오 폰타나와 리처드 마이어라는 두 거장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연 미술관이지만, 몇 달 전부터 떠들석하게 광고와 마케팅을 해온 명성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에서 KTX로 두 시간, 강릉역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지역까지 관람객들을 부르기엔 폰타나의 작품 수는 턱 없이 부족하다. 특히 공간이 넓은 2전시관을 원작이 아닌 '재건 설치작'만으로 메운 건 아쉬움을 더한다.주변 환경도 미흡하다. 미술관을 나오면 사방은 전부 '공사장'이다. 기자간담회 당일에도 포크레인이 미술관 출입로를 오가며 통행을 방해했다. 바로 앞에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그대로 보이는 아파트 공사장이 늘어섰다.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조경이 아닌 '진짜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는 아쉽다. 무엇보다 솔올미술관이 가장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미술관은 강릉시가 소유한 부지에 아파트 시행사가 기부채납하는 형태를 통해 세워졌다. 2022년 11월부터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두 번째 전시 이후 올해 8월부터 강릉시에 운영권이 이관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는 미술관의 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을 전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미술관 운영에 대한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다. 미술관의 전시 계획 중 현재 전시와 이어질 전시인 아그네스 마틴의 개인전 외에는 예정된 것이 없다. 19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도 강릉시 관계자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의문을 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석모 솔올미술관 초대 관장은 "강릉시의 추후 운영 방안에 대해 공유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지 알기라도 하고 싶은 답답한 마음 뿐이다"라고 도 했다. 오는 8월 김 관장이 물러난 이후 미술관을 맡을 관장이 누구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무관심 속에 '리처드 마이어'의 이름을 내건 건물이 계속 미술관으로 쓰여질 수 있을지에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