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득이 적어야 청약할 수 있는 비싼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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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아도 대출 못 받는 정책
'따뜻한 아이스커피'식 아이러니
전형진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따뜻한 아이스커피'식 아이러니
전형진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다음달 아파트 공공분양에 신생아 특별공급이 신설된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함께 발표된 저출생 대책 패키지다. 하지만 신생아 특공으로 아파트에 당첨되더라도 정작 신생아 특례대출은 받을 수 없다. 기준이 상충해서다.
두 제도 모두 2세 이하 ‘신생아’가 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하나를 짓는 데는 통상 2년 반~3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아이도 그만큼 나이를 먹는다. 잔금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입주 시점엔 더 이상 신생아가 아닌 탓에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혼부부 특공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유형의 이름이 ‘신혼부부’일 뿐 아이가 있어야 당첨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 역시 대출 시점엔 아이의 나이가 특례대출 기준인 2세를 넘어간다.
주거정책의 모순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등 수도권 공공분양 단지들에선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이 계속되고 있다. 청약하려면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기준과 자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분양가는 공공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높다. 서민이 넘보기 힘든 10억원대 단지도 속속 나온다. 소득 기준을 맞춘 사람은 집 살 돈이 모자라고, 열심히 저축하거나 재테크로 종잣돈이라도 불리면 자산 기준을 초과해 청약할 자격이 안 된다. 계속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뫼비우스의 띠, 펜로즈의 계단이다.
공공아파트 청약제도는 경제적 여건이 여유롭지 않을수록 당첨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그 덕에 혜택을 보는 건 이른바 ‘금수저’다. 부모의 지원으로 강남 전셋집에 살면서 정작 본인 명의 소득이나 자산은 없거나 많지 않은, 그야말로 서류상 완벽한 서민 무주택자들 말이다.
반대로 기회를 잃는 이들은 누굴까. 구원투수 없는 신혼부부들이다. 열심히 산 두 사람이 만난 대가로 소득 기준을 넘겨버려 청약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결혼, 맞벌이, 출산이 되레 주거정책 혜택에서 소외감을 가져오는 셈이다.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애초 금수저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제도였다면 청약 자격을 더욱 까다롭게 따지되 분양가 또한 서민들이 도전 가능한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사업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면 실질적 분양 대상은 서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엔 자산 요건을 일정 부분 완화해 높은 가격을 감당할 고소득 근로자에게 기회를 주는 식으로 제도의 유연함을 발휘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책은 의도로 평가되지 않는다. 선의보다 중요한 건 모순을 없애는 일이다. ‘소득이 적어야 당첨되는 비싼 아파트’나 ‘아이가 있어도 받을 수 없는 저출생 대출’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두 제도 모두 2세 이하 ‘신생아’가 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하나를 짓는 데는 통상 2년 반~3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아이도 그만큼 나이를 먹는다. 잔금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입주 시점엔 더 이상 신생아가 아닌 탓에 특례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혼부부 특공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유형의 이름이 ‘신혼부부’일 뿐 아이가 있어야 당첨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 역시 대출 시점엔 아이의 나이가 특례대출 기준인 2세를 넘어간다.
주거정책의 모순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등 수도권 공공분양 단지들에선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이 계속되고 있다. 청약하려면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기준과 자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분양가는 공공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높다. 서민이 넘보기 힘든 10억원대 단지도 속속 나온다. 소득 기준을 맞춘 사람은 집 살 돈이 모자라고, 열심히 저축하거나 재테크로 종잣돈이라도 불리면 자산 기준을 초과해 청약할 자격이 안 된다. 계속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뫼비우스의 띠, 펜로즈의 계단이다.
공공아파트 청약제도는 경제적 여건이 여유롭지 않을수록 당첨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그 덕에 혜택을 보는 건 이른바 ‘금수저’다. 부모의 지원으로 강남 전셋집에 살면서 정작 본인 명의 소득이나 자산은 없거나 많지 않은, 그야말로 서류상 완벽한 서민 무주택자들 말이다.
반대로 기회를 잃는 이들은 누굴까. 구원투수 없는 신혼부부들이다. 열심히 산 두 사람이 만난 대가로 소득 기준을 넘겨버려 청약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결혼, 맞벌이, 출산이 되레 주거정책 혜택에서 소외감을 가져오는 셈이다.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애초 금수저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제도였다면 청약 자격을 더욱 까다롭게 따지되 분양가 또한 서민들이 도전 가능한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사업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면 실질적 분양 대상은 서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엔 자산 요건을 일정 부분 완화해 높은 가격을 감당할 고소득 근로자에게 기회를 주는 식으로 제도의 유연함을 발휘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책은 의도로 평가되지 않는다. 선의보다 중요한 건 모순을 없애는 일이다. ‘소득이 적어야 당첨되는 비싼 아파트’나 ‘아이가 있어도 받을 수 없는 저출생 대출’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