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장기·고정금리 늘리기, 대출왜곡 '해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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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가 은행 예대마진 키워
높은 비중 탓 '종노릇' 지적 나와
'초장기·고정금리' 해법 제시에도
통화정책 무력화 등 우려 커져
금리하락기 고정금리 매력도 약화
'단기조달·장기운용' 관행 벗어나야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前 한국은행 부총재보
높은 비중 탓 '종노릇' 지적 나와
'초장기·고정금리' 해법 제시에도
통화정책 무력화 등 우려 커져
금리하락기 고정금리 매력도 약화
'단기조달·장기운용' 관행 벗어나야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前 한국은행 부총재보
‘변동금리대출.’ 은행권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안긴 핵심 병기다. 2023년 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6%다. 2021년 말 연 3% 대비 두 배로 뛰었다. 한편 저원가성 수신금리는 2년 넘게 연 1%를 밑돌고 있다. 은행권 총수신 중 40%(898조원)가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저원가성 수신이다. 저원가 수신 상품은 예외 없이 고정금리다. 연 6% 고수익을 내는 기막힌 장사에 거의 공짜 단기 자금이 동원된 거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친다. 마치 ‘은행 종노릇’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분개한 배경에 변동금리대출이 있다. 금리변동 위험을 개인 차입자가 100% 떠안는 게 변동금리대출이다. 개인은 은행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출 수 없다.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금리가 낮을 때 고정금리로 빌렸다면 금리 폭등 시 이자 상환 걱정은 남의 일이다. 금융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순수고정금리 비중은 25.7%(234조원)다. 이 중 은행 취급분은 달랑 2.5%(16조원)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은행의 장기·고정금리대출 늘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변동금리대출이 많은 은행은 예금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뒤틀린 구조를 바로잡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30년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통화정책 효과가 무뎌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고 집값이 수그러든다. 당국이 기대하는 정책 파급 경로다. 그런데 장기·고정금리 비중이 높을 때 시장은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미국이 한 예다. 장기·고정금리대출 비중이 85%다. 최근 2년 새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 금리가 연 2.7%에서 연 7.2%로 급등했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기는커녕 되레 30% 올랐다. 금리가 올라 주택 수요는 줄었지만 동시에 공급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연 2.7% 고정금리로 빌린 집주인은 굳이 이사 갈 생각이 없다. 집이 당장 필요한 구매자는 제한된 물량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장기·고정금리대출 확대가 만기 불일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변동금리대출의 만기는 고정금리대출보다 관행상 짧다. 2024년 1월 현재 은행의 기업대출은 1254조원이다. 주로 단기 영업자금이다. 가계대출은 1098조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성 변동금리 주담대는 501조원이다.
한편 은행 주담대 조달 재원의 90%가 단기 예수금이다. 5년 이상 장기수신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장기 조달원인 커버드본드 비중도 1%로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대출만 늘리면 만기 불일치 리스크가 확대된다.
물론 은행업의 본질은 단기예금으로 장기 대출하는 ‘만기전환’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은행법은 단기 조달 자금은 단기로, 장기 조달 자금은 장기 운용을 주문한다(은행법 제2조). ‘조달·운용’ 만기 미스매치가 없도록 하라는 취지다. 글로벌 금융규제인 바젤Ⅲ ‘순(純)안정자금조달비율’(NSFR)도 장기 대출 시 자금 조달은 장기로 할 것을 강조한다.
현재 은행권의 주담대 영업 방식(단기 조달·장기 운용)은 은행법 정신 훼손 사례다. 스웨덴은 고정금리대출의 90%가 만기 2년 이하다. 한국은 그보다 장기인 5년 이상이다.
시기적으로도 고정금리대출 확대 조치에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자 글로벌 금리가 하락 추세다. 금리가 떨어지는데 굳이 고정금리로 빌리는 금융소비자가 있을까. 매력이 떨어진 고정금리 상품을 등 떠밀려 팔자니 은행도 난감하다.
은행 팔을 비틀어 장기성 수신(커버드본드)을 억지로 늘리기보다 주택금융공사 역할을 미국처럼 확대하면 어떨까. 미국 정부유관기관 패니매는 은행의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자본시장에 매각한다. 은행은 ‘단기조달·장기운용’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
주택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주담대 상품 판매는 은행 영역이다. 이걸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담대를 줄인 은행권은 남는 돈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영업자금 대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은행법 취지에도 맞는 방식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친다. 마치 ‘은행 종노릇’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분개한 배경에 변동금리대출이 있다. 금리변동 위험을 개인 차입자가 100% 떠안는 게 변동금리대출이다. 개인은 은행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출 수 없다.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금리가 낮을 때 고정금리로 빌렸다면 금리 폭등 시 이자 상환 걱정은 남의 일이다. 금융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순수고정금리 비중은 25.7%(234조원)다. 이 중 은행 취급분은 달랑 2.5%(16조원)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은행의 장기·고정금리대출 늘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변동금리대출이 많은 은행은 예금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뒤틀린 구조를 바로잡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30년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통화정책 효과가 무뎌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고 집값이 수그러든다. 당국이 기대하는 정책 파급 경로다. 그런데 장기·고정금리 비중이 높을 때 시장은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미국이 한 예다. 장기·고정금리대출 비중이 85%다. 최근 2년 새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 금리가 연 2.7%에서 연 7.2%로 급등했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기는커녕 되레 30% 올랐다. 금리가 올라 주택 수요는 줄었지만 동시에 공급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연 2.7% 고정금리로 빌린 집주인은 굳이 이사 갈 생각이 없다. 집이 당장 필요한 구매자는 제한된 물량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장기·고정금리대출 확대가 만기 불일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변동금리대출의 만기는 고정금리대출보다 관행상 짧다. 2024년 1월 현재 은행의 기업대출은 1254조원이다. 주로 단기 영업자금이다. 가계대출은 1098조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성 변동금리 주담대는 501조원이다.
한편 은행 주담대 조달 재원의 90%가 단기 예수금이다. 5년 이상 장기수신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장기 조달원인 커버드본드 비중도 1%로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대출만 늘리면 만기 불일치 리스크가 확대된다.
물론 은행업의 본질은 단기예금으로 장기 대출하는 ‘만기전환’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은행법은 단기 조달 자금은 단기로, 장기 조달 자금은 장기 운용을 주문한다(은행법 제2조). ‘조달·운용’ 만기 미스매치가 없도록 하라는 취지다. 글로벌 금융규제인 바젤Ⅲ ‘순(純)안정자금조달비율’(NSFR)도 장기 대출 시 자금 조달은 장기로 할 것을 강조한다.
현재 은행권의 주담대 영업 방식(단기 조달·장기 운용)은 은행법 정신 훼손 사례다. 스웨덴은 고정금리대출의 90%가 만기 2년 이하다. 한국은 그보다 장기인 5년 이상이다.
시기적으로도 고정금리대출 확대 조치에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자 글로벌 금리가 하락 추세다. 금리가 떨어지는데 굳이 고정금리로 빌리는 금융소비자가 있을까. 매력이 떨어진 고정금리 상품을 등 떠밀려 팔자니 은행도 난감하다.
은행 팔을 비틀어 장기성 수신(커버드본드)을 억지로 늘리기보다 주택금융공사 역할을 미국처럼 확대하면 어떨까. 미국 정부유관기관 패니매는 은행의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자본시장에 매각한다. 은행은 ‘단기조달·장기운용’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된다.
주택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주담대 상품 판매는 은행 영역이다. 이걸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담대를 줄인 은행권은 남는 돈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영업자금 대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은행법 취지에도 맞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