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37)이 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힘이 있을 때 돌아오겠다”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계약 기간 8년, 최대 170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70억원은 한국프로야구(KBO)리그 역대 최고액이다. 계약 조건에는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해 기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 아웃’도 포함됐다.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출전하면서 ‘종신 한화 선수’로 남게 됐다. 한화 이글스는 8년 계약에 대해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채우면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기록(43세)을 뛰어넘게 된다. 구단은 류현진이 돌아와서 그만큼 오래 활약해줄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 입단해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1시즌까지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 2012년까지 통산 190경기에서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2012년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그는 LA다저스와 6년간 총액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한화는 당시 환율로 약 280억원(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이적료를 받았다.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옮겨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선발투수로 활동했다. 류현진은 186경기에 등판해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019년), 올스타전 선발 등판(2019년) 등 코리안 빅리거 최초 기록도 세웠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류현진이 FA 신분이 된 이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지난 1월 20일께 구단 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영입전에 나섰고, 1월 말 류현진에게 복수의 계약안을 전달했다. 협상 기한은 따로 설정해두지 않았다. 설사 류현진이 올해 빅리그 잔류를 결정하더라도 ‘선수 생활 마지막은 한화에서 뛰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믿음은 통했다. 기약 없는 빅리그 계약 협상에 지친 류현진은 결국 한화의 손을 잡았다.

한화 구단 측은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해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며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구단을 통해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한화 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류현진은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한화 2차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친정팀’ 토론토도 류현진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를 보냈다. MLB 토론토 구단은 이날 SNS를 통해 한글로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