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 도입한 ‘줄서기 표지판’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서울시가 명동, 강남, 사당 등 주요 지역에 버스정류장을 늘리는 정류소 혼잡 완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도심에 진입하는 광역버스가 해마다 늘어 근본적인 해법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충 등으로 혼잡 요인이 줄어들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버스대란' 명동에 정류장 2곳 더…'퇴근 지옥' 뚫릴까

○광역버스 대란에 도심 정류장 신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로 오가는 경기·인천 광역버스는 2021년 274개 노선에서 2023년 286개 노선으로 늘었다. 노선은 12개(4.4%)가 늘었지만 버스 운행 대수를 기준으로 하면 하루 2550대에서 3217대로 26% 급증했다.

교통량이 증가한 가운데 2022년부터 광역버스 입석이 전면 금지되면서 부작용이 잇따랐다. 출퇴근길 시민들은 만차인 광역버스를 여러 대 보낸 뒤에야 겨우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수원에서 M5107을 타고 서울시청으로 출퇴근하는 김채영 씨(27)는 “입석 금지 시행 이후 명동입구 정류장에서 1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려 봤다”며 “요즘에는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지하철로 이동한다”고 토로했다.

도심 정류장을 경유하는 노선이 늘어난 만큼 정류장 밀집도 역시 급증했다.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 하루평균 탑승객은 9500명에 이른다. 35m가량의 협소한 정류소 공간에 승객이 밀집하면서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시가 지난 연말 ‘줄서기 표지판’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 배경이다.

서울시는 일단 승객을 태우다가 정체가 더 길어지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이날 명동, 강남, 사당 등 주요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몰리지 않도록 노선을 분산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광역버스 29개 노선이 지나는 서울 중구 명동입구 정류소는 인근에 ‘광교(청계천) 정류장’과 ‘명동입구B 정류장’을 신설해 7개 노선을 분산시킨다.

수원과 용인으로 향하는 5개 노선(M5107, M5115, M5121, 8800, 5007)은 앞으로 광교 정류장에 멈춰 선다. 동탄까지 가는 4108과 M4108번 버스는 명동입구B 정류장으로 정차 위치가 바뀐다. 정류장 두 곳은 24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경기 성남 방면 9401번은 기존에 있던 ‘롯데 영프라자’를 경유할 예정이다.

○GTX-A 3월 개통 이후 완화 기대

남대문세무서 정류장에 정차하는 10개 노선은 상반기 신설 예정인 명동성당 정류소(가칭)로 이전한다. 서울시는 이를 두고 경기도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기존 중앙버스정류소 근처에 가로변 정류소를 만들고 버스 노선을 분산 배치해 좁은 도로에 버스가 쏠리는 걸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당역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경기도와 상반기 협의를 마쳐 비슷한 방식으로 교통 혼잡도를 완화할 계획이다.

서울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런 대책이 적용될 경우 명동입구 정류소의 버스 대기행렬은 평균 312m에서 93m로 감소하고, 일반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7.9㎞에서 21㎞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을 시행한 후에도 안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면 서울시는 도심을 관통하는 광역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3월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하는 GTX-A가 교통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인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GTX는 한 번에 65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걸로 추산된다”며 “개통 후 해당 노선을 경유하는 광역버스 노선과 운행대수를 조정해 도심 진입 버스를 줄이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