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인텔에 50억弗 칩 맡긴 MS…美반도체 카르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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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성 AI 혁명' 1년
(4) 美 반도체 국가주의 속도
인텔 경영진, TSMC엔 "동반자"
'파운드리 2위' 삼성은 언급 안해
(4) 美 반도체 국가주의 속도
인텔 경영진, TSMC엔 "동반자"
'파운드리 2위' 삼성은 언급 안해
21일(현지시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가 열린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행사장에 마련된 큼지막한 스크린에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인텔 CEO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강화 전략을 발표하던 중 화상으로 소환한 것이다. 정작 놀라웠던 건 나델라 CEO의 등장이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온 사실이었다. “인텔의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의 고객사가 됐다”고 말해서다. 계약 추산액은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예상하지 못한 초대형 계약 발표에 반도체업계 관계자 1000여 명이 모인 행사장은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나델라 CEO는 인텔을 택한 이유로 ‘실력’을 꼽았다. 그는 “가장 발전된 고성능·고품질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인텔을 골랐다”고 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세계 1위 업체로서 ‘반도체 제국’으로 불린 인텔의 저력을 믿었다는 얘기다. 나델라 CEO의 발표에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파운드리만 놓고 보면 인텔은 시장 점유율 1%, 업력 4년차의 후발주자여서다. “미국 기업끼리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반도체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연상하게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냄새를 물씬 풍겨서다. 겔싱어 CEO부터 그랬다. 첫 연사로 나선 그는 화면에 ‘반도체 생산비중 : 아시아 80%, 미국·유럽 20%’가 표시된 지도를 띄워놓고 “10년 안에 50% 대 50%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겔싱어 CEO의 소개와 함께 화상에 등장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아예 “미국 반도체를 위대하게”를 외쳤다. AI 반도체를 앞세워 반도체 패권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칩을 미국에서 만들 순 없지만 AI 시대를 이끌 칩에 대한 리더십은 갖춰야 한다”며 “과거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의 40%를 생산한 것처럼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인텔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반(反)아시아 반도체 연대’가 형성되면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당장 미국 정부와의 반도체지원법 협상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보조금 규모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인텔 고위 경영진은 TSMC에 대해 “훌륭한 경쟁자이자 동반자”라고 했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며 삼성을 제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인텔은 이날 시놉시스, 케이던스, 지멘스, ARM 등 미국·유럽 반도체 기업의 최고위급을 부르는 등 세를 과시했다.
새너제이=황정수 기자/최진석 특파원 hjs@hankyung.com
팻 겔싱어 인텔 CEO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강화 전략을 발표하던 중 화상으로 소환한 것이다. 정작 놀라웠던 건 나델라 CEO의 등장이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온 사실이었다. “인텔의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의 고객사가 됐다”고 말해서다. 계약 추산액은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예상하지 못한 초대형 계약 발표에 반도체업계 관계자 1000여 명이 모인 행사장은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미국 반도체 패권주의 확산
MS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마이아’를 올 연말부터 인텔 1.8㎚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아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해 서버를 가동 중인 MS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준비 중인 최첨단 반도체다.나델라 CEO는 인텔을 택한 이유로 ‘실력’을 꼽았다. 그는 “가장 발전된 고성능·고품질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인텔을 골랐다”고 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세계 1위 업체로서 ‘반도체 제국’으로 불린 인텔의 저력을 믿었다는 얘기다. 나델라 CEO의 발표에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파운드리만 놓고 보면 인텔은 시장 점유율 1%, 업력 4년차의 후발주자여서다. “미국 기업끼리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반도체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연상하게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 냄새를 물씬 풍겨서다. 겔싱어 CEO부터 그랬다. 첫 연사로 나선 그는 화면에 ‘반도체 생산비중 : 아시아 80%, 미국·유럽 20%’가 표시된 지도를 띄워놓고 “10년 안에 50% 대 50%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절친한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겔싱어 CEO의 소개와 함께 화상에 등장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아예 “미국 반도체를 위대하게”를 외쳤다. AI 반도체를 앞세워 반도체 패권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칩을 미국에서 만들 순 없지만 AI 시대를 이끌 칩에 대한 리더십은 갖춰야 한다”며 “과거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의 40%를 생산한 것처럼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년 파운드리 삼성 제친다”
인텔은 아시아에 넘어간 파운드리 주도권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말께 1.8㎚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2025년 2㎚ 공정 도입을 계획 중인 삼성전자나 대만 TSMC보다 앞선다. 겔싱어 CEO는 “AI 반도체에 특화된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해 TSMC가 가진 주도권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 2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인텔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반(反)아시아 반도체 연대’가 형성되면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당장 미국 정부와의 반도체지원법 협상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보조금 규모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인텔 고위 경영진은 TSMC에 대해 “훌륭한 경쟁자이자 동반자”라고 했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며 삼성을 제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인텔은 이날 시놉시스, 케이던스, 지멘스, ARM 등 미국·유럽 반도체 기업의 최고위급을 부르는 등 세를 과시했다.
새너제이=황정수 기자/최진석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