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2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금융사 투자 자산에 부실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금융사가 투자한 28개 해외 부동산 사업장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규모는 이달 기준 2조4600억원에 달한다. 작년 9월 말(2조3100억원)보다 1500억원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평가손은 약 3조3000억원이다.

EOD는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조건 미달, 이자·원금 미지급 등으로 채무자에게 즉시 상환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투자한 금융사가 전액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영국 런던과 미국 텍사스주 사업장이 최근 추가로 부실화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3분기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6.6%, 유럽은 4.2%가량 추가 하락한 여파”라고 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총 56조4000억원이다. 올해 말까지 12조7000억원(22.5%)의 만기가 돌아온다. 업권별로는 보험회사가 31조9000억원(56.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은행(10조1000억원·17.9%), 증권(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3조7000억원·6.6%) 등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다. 유럽(10조8000조원·19.2%), 아시아(4조4000억원·7.9%)가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도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21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총설정액은 작년 9월 말 기준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올해 만기를 맞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000억원이다. 2941억원 규모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2261억원 규모의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가 대표적이다.

일부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최대 80%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금융사가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실 발생 가능성 등을 충분히 알렸는지 향후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