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물가상승률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상반기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2분기 인하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처음으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돼 시장에선 한은도 하반기부터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 시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개월 후 금리 인하’ 첫 의견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중 한 명이 ‘3개월 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의 판단 이유에 대해 이 총재는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서 물가 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수 부진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창용 '시기상조' 선그었지만…금리인하 첫 소수의견도
해당 위원을 제외한 다른 5명의 금통위원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인 연 3.50%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3개월 후 금리 수준 전망에서 인하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전원이 연 3.5%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0월 ‘인하’가 언급됐지만 당시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확산 여부에 따라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를 유지했지만 내수 부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1월 전망치 1.9%에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한은은 지속된 고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을 소비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민간소비 증가율 하향은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 부진은 수출 호조가 만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증가율이 3.3%에서 4.5%로 높아지면서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두 요인을 합해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수출 중심 산업인 정보기술(IT) 분야 중심의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총재는 “IT 부문을 빼면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IT 제외 성장률 전망치 1.7%에서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한은은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2.3%였던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하향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종전과 같은 2.6%였다. 이 총재는 “물가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말 목표치인 2%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위기설’에 “근거 없다”

이런 내용은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3.342%로 전일 대비 0.06%포인트 내렸다. 오전 중에는 전일보다 0.005%포인트 오른 연 3.407%를 나타냈지만 금통위 결과 발표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한 연 3.424%에 마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에야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금리 인하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거나 그런 분위기가 잡히면 각국이 차별화된 정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총선 이후 공공요금이 올라 물가가 반등하고, 부동산 PF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요금 인상 스케줄은 정부를 통해 파악한 대로 이미 전망에 반영했고, 부동산 PF는 작년부터 부실한 것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에 대해선 “(경제부총리 등과의) F4 회의에서 점검한 바에 의하면 익스포저가 있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