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 보다 방값 싸게 내놓지마"…결국 7000억 '철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숙박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을 운영하는 미국 부킹홀딩스(이하 부킹)가 스페인에서 70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국내 호텔이 부킹닷컴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자국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부킹은 22일(현지시간) 스페인 규제 당국으로부터 4억8600만유로(약 7003억원)어치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금액은 잠정적인 것으로, 향후 몇 달 내 확정될 전망이다.

스페인 당국은 자국 내 호텔 가격이 부킹닷컴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준보다 낮아지지 못하도록 부킹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봤다. 부킹 측은 “실망스럽다”며 “(부킹닷컴보다) 비싼 가격을 허용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벌금 규모가 최종 확정되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내달 전면 시행을 앞둔 디지털시장법(DMA)과 상통한다는 분석이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반독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도입된 규제다. 직전 3개 회계연도 연매출과 시가총액이 각각 75억유로, 750억유로를 넘고 EU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4500만명을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시총이 1350억달러(22일 기준·약 180조원)에 달하는 부킹은 EU 전역에 적용되는 DMA와 개별 회원국의 반독점 규제가 이중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글렌 포겔 최고경영자(CEO)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DMA가 “기업에 수갑을 채우는 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