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나흘째인 23일 서울의 한 공공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나흘째인 23일 서울의 한 공공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한 시민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들어간 의사단체와 전공의를 경찰에 고발한 가운데, 한 의료계 인사로부터 '역 고발'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23일 임현택 대한소아청년과의사회장은 지난 22일 오후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사무총장을 무고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형사과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공의들을 건드리면 안 된다. 그 사람들은 밤샘하면서 사람 살리던 사람들"이라며 "밤도 못 자고 집에도 못 가면서 최저시급도 못 받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까지 고발하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위는 사회 이슈만 되면 고발하는 단체고, 고발이 취미인 사람들"이라고도 꼬집었다. 이어 "의대 정원 이슈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 전혀 아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갑자기 여론을 살피고 앞서는 쪽에 편승해서 고발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늬만 시민단체인 곳은 분명하게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이 사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민위는 지난 21일 오전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 등을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직무 유기 등 8개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고발 대상에는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 '빅5' 병원 전공의 등 6450여명도 포함됐다.

서민위는 "어설픈 명분의 투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했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는 "MZ세대인 전공의들의 잘못된 집단 사직은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미래를 망칠 뿐 아니라 개인의 삶마저 피폐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같은 날 긴급 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